일본인이 서울시내 역사단체 건물에 '치고 빠지기'식 말뚝 테러를 일삼고 있지만, 경찰은 용의자를 포착하고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2일 마포구 성산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건물과 독도문제연구소가 있는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 앞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는 일본땅'이란 나무 말뚝과 '위안부가 성 노예라는 거짓말을 그만해라'고 적힌 전단지를 부착한 범인은 일본인 무라타 하루끼(61)씨와 사쿠라이 테츠로(38)씨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무라타씨는 범행 전날인 21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오전 11시51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사쿠라이씨는 하네다 공항 발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오전 11시23분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서울 중구 L호텔과 K호텔에 나눠 투숙한 뒤 22일 오전 5시쯤 호텔을 나섰다. 각각 택시를 타고 이동한 이들은 오전 5시25분쯤 임광빌딩 앞에서 만나 말뚝을 설치한 뒤 정대협으로 옮겨 오전 6시20분쯤 말뚝과 전단을 부착했다. 이들은 범행 직후인 오전 7시쯤 김포공항으로 가 사쿠라이씨는 8시40분 아시아나항공편을, 무라타씨는 오전 9시13분 대한항공편을 타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범행 전날 동행하며 목표로 삼은 건물 주변을 정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라타씨는 1995년 이후 다섯 차례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3~5일씩 머무른 적이 있지만 사쿠라이씨는 이번이 첫 방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단체가 고소장을 접수하면 본격 수사에 나설 예정이나 당사자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독도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법리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고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정대협 관계자도 "고소할 경우 문제가 커져 분쟁화하려는 저들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고소장이 없으면 수사가 불가능하고, 수사를 해도 일본으로 돌아갔기에 재일주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제한적 방법밖에 없어 실효성 있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24시간 건물을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난감해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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