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미 남동부 지역에 1,000억달러(113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버금가는 대형 허리케인이 또다시 남동부 지역을 향해 북상하고 있어 미 전역이 초비상이다. 이번 허리케인은 본토에 상륙하면서 최대 풍속 시속 150㎞ 이상의 강풍을 동반할 것으로 알려져 카트리나 당시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됐던 뉴올리언스 등 지역 일대에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
28일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현재 열대성 폭풍으로 분류되는 아이작은 멕시코만에서 시속 19㎞의 속도로 미 본토를 향해 북서진 중이다. 중심기압 978hPa에 최대풍속 시속 112㎞인 아이작은 시간이 갈수록 세력이 커져 본토에 상륙할 즈음에는 2등급(category 2) 허리케인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이 경우 허리케인 중심부에서 최대풍속 153㎞의 강풍이 예상된다.
지난 주 지금보다 세력이 약했던 아이작은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를 지나며 19명의 사망자와 1만 5,000여명의 이재민을 냈다.
현재 진행경로라면 아이작은 29일 늦은 오후(한국시간 30일 아침) 뉴올리언스 남쪽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1,800여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7년전 상륙한 날이어서 지역 주민들이 '카트리나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아이작은 최대 풍속이 252㎞에 달했던 카트리나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3.6m 높이의 폭풍 해일을 동반할 것으로 보여 플로리다 미시시피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 연안 4개주의 해안 저지대가 침수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유사시 연방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는 모빌과 볼드윈 등 연안 지역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아이작이 접근하면서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 정부 집계에 따르면 멕시코만 유전 중 78%가 허리케인으로 폐쇄돼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0만 배럴 줄었다. 이는 미 전체 소비량의 6%에 달하는 양이어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의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27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개막된 공화당 전당대회도 아이작의 여파로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CNN 방송 등 주요방송사들이 탬파가 아닌 아이작 상륙 예상 지역에 더 많은 보도 인력을 파견하는 등 허리케인 소식이 전당대회 관련 뉴스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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