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경제 전반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국가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까지 뛰어올랐다. 무디스는 그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1'에서 한 단계 높여 사상 최고등급인 'Aa3'로 평가하고 등급전망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Aa3는 무디스의 21개 등급 중 상위 4번째로, 신용 1급이라 할 만한 'AA(더블에이)' 등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로써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A1을 처음으로 넘어 일본 중국 등과 어깨를 겨루게 됐다.
국가 신용도의 상승은 우리 경제의 안정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무디스는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제활력 및 경쟁력, 은행부문의 대외 취약성 감소,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 등을 긍정 평가했다고 한다. 사실 2010년 이래 통합재정수지의 흑자 유지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초반의 무난한 국가채무비율 등은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돋보이게 할 만한 긍정적 요소임이 분명하다.
기대와 긍지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신용등급이 1단계 올라갈 때 가산금리 하락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등의 해외자금 조달 비용 절감효과가 연간 약 4억달러(약 4,5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일을 아예 "(국가가) 노는 물이 달라진 것"이라며 국격 상승으로 여기고 싶은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축가를 부르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안정성은 높아졌을지라도, 직면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거칠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당장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수출과 투자, 소비 등 성장의 삼두마차가 모두 얼어붙고 있다. 성장률이 2%대로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들떠 돌아가고 있는 정국 또한 언제라도 경제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현실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국가 신용등급이라는 건 위기가 닥치면 언제라도 급전직하하기 마련이다. 섣부른 자족(自足) 대신 위기 돌파의 각오를 더욱 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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