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볼라벤이 28일 새벽 제주 인근 해상에 상륙, 서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27일 오후부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와 전남 신안 등 서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가 속출하면서 각급 학교들의 휴업과 단축수업이 실시되고 저지대 주민들이 대피에 나서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후 3시쯤 서울 근접
기상청은 볼라벤이 28일 오전 3시쯤 제주 서쪽 80㎞ 해상을 지나 6시간 뒤인 오전 9시쯤 전남 목포 서쪽 90㎞ 해상에 진입, 서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후 3시쯤에는 서울 서쪽 120㎞ 해상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5m에 달하고 강풍 반경이 500㎞가 넘는 볼라벤이 북상하는 동안 서해안과 줄곧 100㎞ 안팎의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역에 따라 최고 3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강풍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29일까지 예상 강우량은 제주 150~300㎜, 서해안 지역150㎜ 이상, 남해안 지역 100~200㎜, 강원영서지역 20~60㎜이다. 이우진 기상청 예보국장은 "볼라벤이 해수온도가 낮은 지역으로 진입하면서 위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 초속 17~30m, 일부 지역은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이 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폭우ㆍ강풍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교에 다리통제 등 초비상
볼라벤이 초대형 태풍 위력을 과시하며 북상하자 서울과 경기, 광주와 전남, 전북, 대전 등 전국 7개 시ㆍ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관내 유치원을 비롯한 초ㆍ중학교에 대해 28일 하루 임시 휴교를 결정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태풍 북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초비상이 걸린 재난당국은 이날 태풍 대비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높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함께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경찰은 소방방재청, 기상청과 핫라인을 구축해 태풍 이동경로와 피해상황 등을 전국 경찰서로 전파하고 상습 침수 지역이나 산사태, 축대 붕괴 우려 지역 등에 대한 순찰활동도 강화했다.
27일 밤부터 볼라벤의 직접 영향을 받기 시작한 제주에서는 5만여 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전봇대와 교회 첨탑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목포대교는 이날 밤 10시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당국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에 대해서도 28일 초속 25㎙ 이상의 강풍이 불 경우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지하철 지상 구간도 초속 45㎙ 이상일 경우 운행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해마다 피해가 끊이지 않는 한반도 최서남단의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는 공무원들이 오전부터 저지대 마을을 일일이 돌며 주민 90여명을 마을회관과 학교로 긴급 대피시켰다. 보령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 지자체들은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에 백중사리가 겹치면서 저지대 침수 등 피해가 우려되자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대비에 나설 것을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온라인 상에서는 "발코니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둬라"는 등 태풍 피해 예방 노하우를 공유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정전사태 우려에 산업단지 전전긍긍
산업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풍을 동반한 볼라벤의 영향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우려되면서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공장 등 유화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유화공장 특성상 정전이 되면 액화상태로 배관을 흐르던 제품들이 굳어버려 공장 재가동에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볼라벤과 비슷한 위력을 지녔던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당시 여수와 울산공단 내 공장 20여곳에서는 정전 사태가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여수산단 내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산단 내 석유화학공장들의 경우 정전 대비용 자체 비상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발전용량이 부족한 탓에 정전 시 곧바로 재가동이 힘들다"며 "결국 정전이 한 번 발생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어서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도 기지국 파손 등으로 인한 통신대란을 우려하며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태풍에 대비해 태풍대응상황실을 운영하고 각 기지국 시설에 대해서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ha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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