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A입시학원의 결핵 집단 발병은 5개월 전 최초 감염자 발생 이후 질병감시에 구멍이 뚫린 탓에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데도 보건당국의 검증이 없었고, 학교가 아닌 사설학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신고하는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27일 질병관리본부와 양천구 보건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결핵에 최초 감염된 A학원의 남학생이 병원 진료 후 보건소에 신고됐다. 하지만 "어느 학교 학생이냐, 학원도 다니느냐"는 보건소 측 질문에 그는 "재수생이라 학교는 안 다니고 집에서 공부한다"고 답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그가 A학원에 다닌다는 사실만 밝혔어도 학원생 전원에 대해 X선 검사를 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건소 역시 별도의 확인을 벌이지 않았고, 그 사이 감염은 확산됐다. 지난 10일 A학원의 세 번째 환자를 치료한 병원이 보건소로 신고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기준) 결핵에 감염된 학생은 14명이고, 잠복결핵(결핵균은 있으나 증상은 없는 상태)을 판정하는 1차 투베르쿨린 검사에서 59명이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2차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잠복결핵으로 확정된다.
보건소에는 한 명의 직원이 결핵 예방접종과 감염자 관리를 도맡고 있어 감염자 신고를 일일이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결핵에 걸린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쉬쉬하면 대책을 내놔도 소용 없다"고 밝혔다.
사설학원이 관리 사각지대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교는 보건교사와 양호실이 있고 환자 발생시 교과부에 신고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학원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전무한 상태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층뿐 아니라 20~30대에서도 결핵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후진국형 형태를 보이는데, 제도권(학교)의 집단 검진과 관리를 벗어난 재수생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이 평소 건강 관리를 잘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감염자에게 약을 끊지 않도록 관리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신상숙 질병관리본부 결핵관리과장은 "결핵은 완치하려면 6개월 이상 매회 10알이 넘는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증상이 멈추면 복용도 멈추는 이들이 많아 내성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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