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2명을 자녀로 둔 김운식(53ㆍ가명)씨는 지난해 자녀 등록금 마련도 힘겨운 상황에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에서 30%이상 되는 금리로 3,500만원을 빌렸다. 김씨는 이후 월 100만원씩 이자를 갚느라 극심한 생활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올 초 고금리 대출을 저리(11%)로 전환해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바꿔드림론'에 가입하면서 매달 70만원 이상 이자를 절감하게 됐다. 김씨는 "그전까지 이자 갚느라 원금상환은 생각도 못했다"며 "바꿔드림론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던 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금융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빚을 갚도록 저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저소득층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해 금융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금융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 자칫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10%대로 전환해주는 바꿔드림론은 2008년 12월 출시 이후 6월말 현재까지 10만8,652명(1조1,204억원)을 고금리 압박에서 벗어나게 했다. 캠코 관계자는 "저금리로 바꿔 탄 대출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더 이상 상환 독촉에 시달리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 독려로 시중은행들도 바꿔드림론처럼 신용이 낮고 담보가 없는 영세 자영업자나 개인을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창업ㆍ운영자금, 전환대출자금 등을 빌려주는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생계자금, 전환대출), '징검다리 전세자금보증'(고금리 전세자금 전환대출) '청년ㆍ대학생 고금리 전환대출' 등 서민대출의 붐이라고 할 정도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전환대출 자격이 안 되는 대출자들을 위한 '뉴환승론' 상품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서민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올초부터 강조한 데 따른 변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은 이자를 내고 나면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 결국 빚을 더 얻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업체나 고리 사채를 쓰는 사람이 빚을 갚을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서민금융 지원규모를 최근 연간 3조원에서 4조원 규모로 확장키로 하고 지원대상 자격도 완화하고 있지만, 전체 가계부채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데다 창구마저 여기저기 분산돼 있어 불편이 크다. 또 대부분 상품은 정부와 금융권의 보증으로 이뤄지고 있어 대출사고가 났을 때 손실을 세금 등으로 메워줘야 해 또 다른 부실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은 증가추세에 있다. 바꿔드림론의 경우 연체율은 6%대 초반으로 시중은행 대출의 연체율 1%대에 비해 높은 편이고, 햇살론 연체율은 7~8% 나 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격조건을 완화하며 무분별하게 서민금융 제공규모를 늘릴 경우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민층이 자립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복지정책 등 근본적인 정책이 수반돼야 취약계층의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