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간 미국 특허소송에서 핵심쟁점이었던 '외형 디자인'이 계속 논란을 빚고 있다. 미 배심원들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의 둥근 모서리의 디자인을 '애플만의 것'으로 인정해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평결을 내렸지만, 업계에선 "이런 디자인은 이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전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평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둥근 모서리의 외형 디자인은 아이폰과 같은 시점(2007년1월)에 공개된 LG전자의 프라다폰에도 적용됐다. 출시 시점만 보면 프라다폰이 아이폰보다 오히려 2개월이나 빨랐다.
아이폰에 비해 출시시점은 1개월 가량 늦었지만, 삼성전자가 첫 선(2007년2월)을 보인 'F700' 제품에도 비슷한 디자인은 채용됐다. 보통 휴대폰 디자인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F700 제품이 아이폰을 베끼는 건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이패드의 외형과 유사한 둥근 모서리 형태의 제품의 경우엔, 60여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이 대량 학살된 수용소 골방에서 비밀리에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사용했던 칠판노트에서도 적용됐다는 것. 특히 이 칠판 노트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출시하기 훨씬 이전인 지난 1994년4월부터 개관한 미국 워싱턴 소재의 메모리얼 박물관에서 전시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네덜란드와 영국, 독일 등 유럽 법정에서 애플이 주장하는 둥근 모서리로 된 외형 디자인 특허가 거부된 것도 이 같은 정황 때문이었다. 지난해 7월, 양 사의 특허침해 소송을 맡은 영국 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는 애플에게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판결내용을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도 갤럭시S 등이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디자인에 독특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 모양으로 특허를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고 그걸 받아들인 배심원들의 평결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의 역사를 추적해보면 아마도 유사디자인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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