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민간기업, NGO(비정부기구)가 한 마음으로 도시정비에 나선 사례를 본 적이 있으세요?"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로 22나길 63호 일대. 1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마을의 자투리 공간에 화단을 만들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서도 이들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한 목욕탕 옆의 자그마한 주차공간이 동네의 쉼터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이 동네는 이날부터 180도 변신에 돌입했다. 도로엔 물고기가 다니는 물길이 그려지고, 담장과 건축물의 벽 역시 정원의 풀이나 열매 그림으로 채워진다.
이런 '동네 개혁'은 동작구와 NGO단체인 주거복지연대, 사회공헌기업, 자원봉사자, 주민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3주 동안 '마을만들기 프로젝트- 행복한 아마추어'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주거복지연대를 시작으로 30일엔 한국주택금융공사, 9월1일 한국감정원, 9월4일 우리은행, 9월8일 키움증권, 9월15일 케이에스넷이 각각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해 환경 개선 사업에 힘을 보탠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NGO까지 참여시킨 쉽지 않은 작업을 주도하는 이는이상한(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주거복지연대 이사장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도시 재생 같은 사업은 서울시가 공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렇게 민간사업자와 NGO단체가 함께 하는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주거복지연대는 이번 사업에서 50가구의 주택정비와 함께 생활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50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및 최저생계비 120% 이하 15가구는 무상시공을 한다. 도배에서부터 화장실, 창문, 싱크대 시공 등이 공짜다. 나머지 가구도 가옥주가 자재만 구비해놓으면 무료시공을 해주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소외됐던 기초수급자들이나 한부모 가정, 차상위장애인들의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지자체에서만 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특히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능도 덤으로 생기고 있어요."
실제로 주거복지연대는 사회적기업인 희망하우징을 운영하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300일 이상의 고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용과 복지가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사업 확대 포부도 밝혔다. 11월에 동작구와 함께 흑석동, 상도동 일대 마을에 마을만들기프로젝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주거복지연대는 마을 환경개선 외에도 LH공사와 손잡고 2005년부터 7년째 '엄마손밥상'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방학 중 임대단지 내 결손아동과 맞벌이가정 아이들에게 한끼 밥이라도 제대로 먹여보자는 취지에서다. 2군데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88군데로 늘었다.
"마을만들기프로젝트와 엄마손밥상은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 지역 주민들간의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 것이죠.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는 삭막한 개인주의 사회에서 서로간의 소통으로 유대관계가 좋아진다면, 마을의 발전도 자연히 따라오지 않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