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개신교단 차원에서 처음으로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교회 세습'을 막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 리더십의 안정적 교체'등을 내세우며 교회 세습을 당연시하고 있는 다른 교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60만 교인의 기감은 500만 교인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에 이은 세 번째 큰 국내 개신교단이다.
기감은 27일 장정(章程ㆍ감리교 교회법)개정위원회(위원장 권오서 감독)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 개정안은 9월 중순 열리는 입법의회(총회격)에서 최종 확정된다. 앞서 기감은 지난 20~22일 장정개정위 비공개 회의를 열어 관련 초안을 마련했다.
개정위는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 부분에 '담임자 파송 제한'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법안은 또 담임자의 사위도 세습할 수 없도록 했고, 아울러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도 장로의 자녀가 담임목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연속해서 한 교회에서 담임자가 될 수 없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그의 자녀가 담임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조항은 장인ㆍ장모와 사위ㆍ며느리도 적용된다.
세계 최대 감리교회였던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장남(김정석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었고, 김 목사의 두 동생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아들 김정남 목사)와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아들 김정국 목사)도 각각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었다. 이처럼 감리교단은 목사에게 권한의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교단 특성상 세습이 쉽게 이뤄져, 기감 내부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회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는 "대형교회 세습 문제는 개신교가 비판 받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한국 교회가 이제는 세습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짚어보고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측은 "교회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자손이 아니더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므로 '세습'이나 '교회 승계'라는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교회는 특수법인으로서 목사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재산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 2세가 목회자로서 자격만 갖추었다면 교회를 물려받더라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이들의 공식 견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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