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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력수급 위기와 공기업 몸집 불리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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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력수급 위기와 공기업 몸집 불리기 의혹

입력
2012.08.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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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전력수급 상황이 좋지 않고 20여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다. 전력 사용량도 급증해 지난해 9·15 정전사태 재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름철 태풍이나 폭우 등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대규모 정전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달간 대단위 아파트에서 정전사고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아파트내 전기설비 고장이 원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전사고 22건 중 전기설비에 대한 정기검사를 받은지 6개월도 안된 아파트가 5군데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개별 아파트의 구내 전기설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가 2~4년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하고 있으나, 정작 설비고장으로 정전사고가 발생해도 한국전기안전공사는 그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어 현 정기검사 제도의 무용론 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1월 발생한 울산산업단지 정전사고와 전력수급 위기상황을 계기로 전기설비에 대한 검사 제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정부는 최근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대강당에서 김황식 총리 주재로 '에너지기업 CEO결의대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원전과 화력발전소의 안전사고를 계기로 에너지시설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안전관리 업무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 공기업에 안전관리 최고책임자(CRO)와 시설점검 및 작업현장 관행 개선 등을 담당하는 안전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에너지시설 안전 사고 예방대책도 발표했다. "국민이 에너지 시설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예방대책에는 전기사업법을 바꾸어 자가용 전기설비뿐만 아니라 현재 한전에서 관리하는 설비도 정기검사 대상에 포함해 전기설비 검사제도를 확대 추진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일반 국민들은 외부기관에서 검사를 시행하면 정전사고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한전의 사용전 검사 대상설비의 불합격률이 거의 없고 사용전 검사 후 1년이내 발생된 고장도 최근 5년간 31건에 달한다. 전기안전공사에서 시행하는 사용전 검사가 육안검사 위주이며 변전설비 검사항목의 50%, 송전설비의 90% 이상을 한전 자체 시험성적서로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현재의 형식적인 검사제도로 전기설비 고장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 전체설비에 대한 정기검사를 위해서는 1,300여명의 신규인력과 매년 5,000억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검사를 위해서는 휴전이 불가피해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기설비 검사제도를 확대하려 했으나 실효성이 낮고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들어 도입이 불필요한 것으로 전기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결론이 내려졌다.

더구나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전력회사의 자체 전문성을 인정해 외부기관의 검사제도를 도입한 사례가 없으며 전력회사 자체 전문인력에 의해 자율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제도의 일본 역시 외부기관의 사용전 검사를 폐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기설비의 1회성 검사로 설비 안정성 확보가 곤란하고 설비 고장시 전력회사와 검사기관 사이의 책임관계가 불분명해져 사후조치에 어려움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 검사제도의 문제점 진단이나 개선 없이 전기설비 검사제도를 확대 추진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으며, 심지어 특정기관의 몸집 불리기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도 있다. 형식적인 검사제도에 국민혈세 수천억을 쏟아 붓기보다는 그 돈으로 노후기기 교체, 설비 증설 등에 투자하고,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기관은 진단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개발을 통해 자체점검을 강화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내 자가용 전기설비에 대한 검사방법을 개선하는 등 현행 검사제도에 대한 내실화를 추진하는 것이 국민들을 대규모 정전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올바른 길이다.

권세혁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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