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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61> 국내최초 '라이거'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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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61> 국내최초 '라이거' 탄생

입력
2012.08.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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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거'(라이언과 타이거의 합성어) 3마리가 1989년 8월 29일 경기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세상에 울음을 터뜨렸다.

83년에 태어난 수사자 '용식'이는 어린 시절 암호랑이 '호영'이와 같은 우리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서로의 얼굴과 냄새에 익숙해졌다. 자연농원은 88년 12월 서로 같은 방을 쓰게 했고 이듬해 이들 둘 사이에 드디어 아기들이 태어난 것이다.

이들의 출생은 13년 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76년 용인자연농원은 수호랑이와 암사자를 한 우리에 키우며 '타이건'의 탄생을 시도했지만 호랑이가 사자를 물어 죽이는 바람에 타이건의 탄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83년 동물원에서 갓 태어난 수사자 용식이와 암호랑이 호영이를 처음부터 예비부부로 정한 후 88년 12월에 신방을 꾸며주었다.

105일 간의 임신 기간을 거친 호영이는 3남매를 순산했고 국내에서 처음 태어난 이 라이거의 이름은 '용호', '대호', '야호'로 지어졌다. 3남매는 호랑이인 엄마를 많이 닮았고 이를 상징하듯 얼룩무늬 몸에 물놀이와 헤엄을 즐겼다. 몸 색깔은 사자인 아버지를 닮아 전형적인 황백색이었고 얼굴에는 점박이 무늬가 박혀 있었다.

라이거는 야생의 자연 상태에서는 태어날 수 없는 동물이다. 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사자와 아시아에 사는 호랑이가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교배를 시키거나 함께 생활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탄생하며 종은 다르지만 염색체 수가 28개로 같아 번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라이거의 시초는 19세기 초 동물원과 서커스단에서 맹수들의 쇼를 위해 일부러 이종 교배한 것으로 시작됐으며 이 때문에 관광객들로부터는 경이로운 시선과, 동물 보호 운동가들에겐 이종 교배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라이거는 동물원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수가 늘어나 중국 하얼빈까지 입양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용인 에버랜드에 단 한 마리만 남아 명목을 잇고 있다. 백호를 비롯해 많은 희귀동물들이 에버랜드 사파리에 오면서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최후의 라이거 이름은 '크리스'로 2009년에 오빠 '라피도'가 세상을 떠난 후 독립된 맹수 사파리에 혼자 머물고 있다. 크리스가 죽으면 이제 우리는 국내에서 다시는 라이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라이거의 평균 수명은 12년 내외로 2002년 태어난 크리스는 이제 노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동물원도 사자와 호랑이를 인위적으로 짝을 지을 생각은 없다고 한다.

크리스가 오래도록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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