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 개발 야심을 우려한 주변국들의 사재기에 힘입어 미국의 2011년 무기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무기 판매는 663억달러를 기록, 전세계 무기시장 규모 853억달러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판매했으나 액수는 48억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의 지난해 무기 판매는 2010년(214억달러)의 3배에 이르는 역대 최고치이나 이는 '비정상적인 증가'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세계 무기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고전해왔는데 이란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 시장 판도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은 페르시아만에 긴장이 고조되자 고가의 미국 무기와 첨단 미사일 방어체계 장비를 구매했다. 이중 미국 무기 구입의 최대 고객인 사우디는 F-15 전투기 84대와 미사일을 구입하고 기존 F-15 전투기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334억달러를 지불했다. 사우디는 수십 대의 공격형 헬기 아파치와 블랙호크 헬기도 사들였다. 사우디는 이란이 중동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것에 위협을 느껴 중국을 통한 핵 수입 움직임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는 치누크 헬기 16대에 9억4,000만달러를, 레이더를 포함한 고고도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에 35억달러를 각각 지불했다. 오만은 F-16 전투기 18대를 14억달러에 구매했다. 미국 무기 구매자 가운데 수송기 C-17 10대를 41억달러에 사들인 인도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20억달러어치 구매한 대만도 큰 손 역할을 했다.
미국의 무기수출 증가는 이란의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과 정유시설, 파이프라인, 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관련 국가들과 함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들 국가는 미사일 방어망을 통합하지 않고 따로 구축하기로 해 앞으로도 미국 무기와 장비를 다량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매년 작성되는 CRS의 무기 거래 보고서는 무기 비즈니스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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