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입시학원에서 결핵이 집단 발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학원 원생과 강사 13명이 결핵으로 확진됐고, 39명은 잠복 결핵환자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이상 밀폐공간에서 수업을 받고 점심, 저녁을 학원에서 집단해결하는 등 결핵의 발병과 전염에 더 없이 취약한 환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막힌 것은 해당 학원에서 이미 올 3월에도 결핵을 앓은 원생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중대한 위험요인이 발생한 이후에도 학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진 것이다. 음성 판정을 받은 일부 원생은 수능준비를 위해 계속 학원에 나오기까지 한 점으로 미루어, 원생 감소를 우려한 학원이 쉬쉬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과거 빈곤층 질환으로 분류되던 결핵은 이제는 과도한 다이어트나 입시ㆍ취업 준비로 체력이 떨어진 청소년ㆍ청년, 은퇴한 노인들을 노리는 질환으로 바뀌었다. 계층 연령과 무관할뿐더러, 학교 학원 군대 같은 조밀한 집단환경에 노출돼있고 PC방 노래방 등 밀폐장소에서의 놀이문화가 성행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발병 및 전명 위험성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신규 결핵 환자는 무려 4만 명에 이른다. 인구 10만 명당 80.7명꼴로 일본의 4.3배, 미국의 22배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경기 고양과 안산의 고교에서 잠복성까지 합치면 수백 명 단위의 환자가 확인됐을 만큼 청소년 층의 발병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보건당국은 1970년 이래로 거의 사라졌던 결핵이 근년에 다시 창궐함에 따라 무료검진과 신고 등을 통한 조기발견 및 치료시스템을 확대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듯 곳곳에 메워야 할 허점들은 남아있다. 같은 청소년 시설인데도 학교에는 신고의무가 있으나 학원들은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결핵예방과 치료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우리보다 훨씬 안전한 일본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현실부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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