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가신용등급이 IMF 이전 수준을 넘어서 일본과 맞상대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무디스가 사상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부여한 배경은 뭘까.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리면서, 가장 큰 이유로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려는 정책 당국의 노력을 꼽았다.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추경 편성 등 공격적인 재정정책에 반대해 온 박재완 경제팀에겐 균형재정 논리를 방어할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이다.
무디스는 또 국내에서 심각한 위기로 인식된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도 '가까운 장래에 은행 부문의 위기로 이어지거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입장에선 이 역시 '재정을 투입해서 취약 계층의 부채를 탕감하고,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은행이 맡아야 한다'는 일부 주장을 제압할 수 있는 방어막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단기적으론 '기분 좋은 뉴스'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등급 상향은 분명 좋은 뉴스지만 유럽 등 대외여건이 극히 불안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는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국가신용등급 상승은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우리 정부나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조달할 때 지불하는 채권 금리나 대출 금리가 하락한다. 기획재정부는 무디스 조치로 한국 채권(지난해 말 현재 외화표시채무 2,700억달러)에 붙는 가산금리가 15bp(0.15%포인트) 내리면, 연간 4억달러 가량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무디스가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를 등급 상향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에 대한 우려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도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에 투자하는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등 외환을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지금보다 많아지는 데 따른 결과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에게 악재이지만, 대한민국 국경 안에서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겐 수입품 가격의 하락(물가 하락)을 의미한다.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세계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큰 손들은 국가별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비중(포트폴리오)을 수시로 조정하는데, 이번 신용등급 상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삼성전자 쇼크로 주춤하던 국내 증시가 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일부 하락 폭을 만회한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평판이 한 단계 상승한 만큼 대외충격에 따른 변동성은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 글로벌 위기가 진행 중인 국면이라는 점에서 금융ㆍ외환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리스크'에 더 민감한 S&P가 등급 상향 조정에 유보적인 태도를 지속할 경우에도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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