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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청년 70%이상 폐업/ 취업난에 등 떠밀려 창업…실패땐 빚더미, 재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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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청년 70%이상 폐업/ 취업난에 등 떠밀려 창업…실패땐 빚더미, 재기도 어려워

입력
2012.08.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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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모(26)씨는 2009년 학자금대출 500만원과 친척에게 빌린 600만원을 밑천으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열었다.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제출 서류가 워낙 많은데다 절차도 복잡해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모델도 하고 판매도 도맡았지만, 경쟁업체가 많은데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적자가 쌓여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서씨는 “신문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해 10개월 만에 빌린 돈을 겨우 갚았다”며 “창업은 이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청년창업 지원이 확대되면서 연 매출 수억 원대의 앱 개발자 등 성공 사례도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서씨처럼 쓴 잔을 마시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01년 50.2%에서 2011년 7월 18.4%로 31.8%포인트나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법인 가운데 30대 이하 CEO 비율 또한 2002년 12.6%에서 올해 3.6%로 하락했다. 젊은 층의 창업 실패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청년창업 지원 규모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생 창업자와 창업동아리 회원들을 만나 “청년들이 벤처를 시작해서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수)을 해야 하는데 실패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면 어떻게 할까 하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대기업들도 부도의 경험을 겪고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이로 보면 몇 번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라며 “정부나 금융기관, 중소기업청 등 여러 곳에서 창업을 시켜보려고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업 현실이 이 대통령의 말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몇 번 실패해도 괜찮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창업은 인생을 건 도전일 뿐이다.

명문대 공대 출신 조모(36)씨는 대학을 졸업한 2003년 무선인식시스템(RFID)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 자금은 가족의 보증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 학교 후배들이 가세하면서 빚은 더 늘었으나 제품 개발은 더디기만 했다. 월급 줄 돈이 부족해 제2금융권과 사채까지 손을 뻗었다가 6억원의 빚만 진 채 2008년 도산했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조씨는 “몇 개 회사의 홈페이지를 관리해주고 받는 200만원 대부분이 빚 갚는데 들어간다”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믿다가는 폐가망신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증 및 융자 중심인 현 창업 지원의 틀을 투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창업 초기에 보증이나 융자로 빌린 자금은 도산이나 폐업 후 빚이라는 꼬리표가 돼 발목을 잡기 때문에 청년들이 실패를 감수하고 창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의 올해 청년창업 관련 예산은 1조5,893억원. 지난해(6,364억원)에 비해 무려149% 급증한 것이지만, 보증 및 융자가 대부분이고 엔젤투자 매칭펀드 규모는 전체의 10분의 1(1,600억원)에 불과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청년창업 관련 대선공약으로 ▦엔젤투자시장 확대 ▦세제지원 강화 ▦연대보증제도 폐지를 내세운 것도 이런 상황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창업 자금의 10분의 1이 자기자본이고 나머지는 엔젤투자자의 투자금이어서 3~4번 실패를 하고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 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청년창업 붐이 심각한 취업난에 따른 비자발적 창업이라는 점도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부가 자칫 창업 의지가 약한 청년들을 부추겨 망하는 기업을 양산하는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청년창업을 유도하기보다는 기존 1인 기업이나 영세 상공인들이 고용을 늘리도록 지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형우(고려대 정치외교학3) 인턴기자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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