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상반된 접근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측이 연일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언뜻 한국이 수세에 몰리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냉정한 태도로 무시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24일 기자회견 내용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과민반응은 국내의 불만을 돌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은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 이후 지난해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최근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또다시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정치·경제적으로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초강대국(G2)으로 부상하면서 동북아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고, 한국도 일부 분야에서 일본의 지위를 넘볼 정도로 성장하자 일본 내에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과거 화려했던 제국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본 정부를 유혹하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부딪쳐야 하는 쿠릴열도에 비해 독도 문제가 좀더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바뀐데다 미국도 독도 문제에서는 전적으로 일본 편을 들지 않기 때문에 고립된 일본이 계속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노다 총리의 정치적 필요성과 일본의 우경화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앞서 4월 자위대의 명칭을 국방군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우익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술국치 102주년(29일)과 한국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문제 위헌 판결 1주년(30일)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매몰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독도 문제를 놓고 일본 정치권에서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면서 노다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이 총출동해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독도를 실제 점유하는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외교 관계는 원래 불리한 쪽이 강하게 나오게 돼 있다"며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독도에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보조를 맞출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강경 대응은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尖閣)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 내각이 19일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20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센카쿠 문제를 ICJ에 회부하자고 기습 제안했다. 중국과 대만은 센카쿠 영유권을 놓고 공동전선을 펴면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다만 일본이 독도 수역으로 해양조사선을 보내 물리적 충돌을 부추기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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