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A입시학원에서 결핵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했다. 전염 속도가 빠른 결핵의 특성상 추가 감염자 발생이 우려되는 가운데, 수능을 눈앞에 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6일 이 학원 관계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주 A학원생 150여명 중 20명이 결핵에 걸렸거나 잠복 결핵인 것으로 밝혀져 이 학원생들에게 2주 동안 가정학습 조치를 취했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을 갖고 있지만 증상이 없는 상태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병할 수 있다.
학원 관계자는 "양천구 보건소로부터 '학원생이 결핵에 감염됐으니 다른 원생들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원생은 물론 직원들도 정밀검사를 했다"며 "아직 검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감염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오면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학원은 유명 재수 전문 입시학원으로 원생 대부분이 11월 8일 수능을 치른다. 학부모들은 "원생들이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밀폐된 공간에서 단체로 수업을 받고 점심, 저녁도 학원에서 해결해 전염이 쉬운 환경인데도 학원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학부모는 "지난 5월에 경기 고양외고에서 결핵 환자가 집단 발생해 청소년 결핵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는데도 이 학원은 살균기 하나 갖추지 않았다"며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검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결핵은 2주 간 약을 복용하면 전염성이 소멸해 타인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완치하려면 6개월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는 만큼 손수건,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결핵 신고 환자 수는 10만명 당 91.8명(2011년 기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다. 지난 5월에는 경기 고양외고(확진 4명, 잠복 결핵 200여명)에서, 지난해 4월에는 경기 안산의 한 고교(확진 15명, 잠복 결핵 83명)에서 잇달아 결핵이 집단 발병하는 등 청소년 결핵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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