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며 전자 기기를 활용한 투표 제도가 정당 선거에 도입되고 있지만 선거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 선거의 핵심인 직접, 평등, 비밀 투표 원칙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데다 특정 세력과 세대를 과다 대표해 민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사태가 온라인 투표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됐고, 이번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파행도 모바일 투표 관리의 불공정성 논란에서 비롯됐다. 우선 모바일 투표는 전자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나 계층은 접근이 쉽지 않아 평등 선거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모바일 투표 논란에서 보듯 투표를 완료하기까지 절차가 까다로워 모바일에 서툰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했거나 그들의 표가 무효표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모바일에 친숙한 특정 세력이 과다 대표돼 민심을 왜곡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6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에게 뒤지다 모바일 투표에서 대역전승을 거둔 것이 모바일에 익숙한 친노(親盧) 조직이 대거 모바일 선거인단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민심과 상반된 '모발심'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첨단기기로 포장된 새로운 동원 선거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아예 "모바일 투표는 나쁜 의미의 혁명적 변화"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다고 하지만 대리투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군가 타인의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로 대신 투표할 여지가 있어서 '직접 투표'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비밀 투표 원칙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종이 투표는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역추적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전자 투표는 투표 내역이 봉인되더라도 전자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관리가 부실할 경우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개인별 투표 내역까지 특정 세력이 들춰봤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모바일 투표를 서둘러 도입하기에 앞서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검증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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