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는 애플의 본사가 위치한 홈그라운드다. 이 곳 법정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애플간 세기의 특허소송에서 미국 배심원들은 애플쪽 특허는 6건이나 인정한 반면 삼성전자 특허는 1건도 인정하지 않는 평결을 내놓았다. 애초 애플의 우세가 점쳐지기는 했지만 배심원들이 예상 이상으로 애플에는 완승을, 삼성전자엔 완패를 안겨줌에 따라 '애국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양 사간 특허침해 소송 1심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에 10억4,934만 달러(약 1조1,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 배상액은 당초 애플이 요구했던 27억 달러 보단 적지만 역대 미국 특허소송 배상 규모로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PC) 대부분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판단했다. 아이콘 모양, 배열, 터치기능 등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흉내냈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삼성전자의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애플이 삼성전자에 지급할 배상금도 없다고 평결했다.
참패를 당한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이 미국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혁신을 감소시키게 될 것"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의 모방 정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줬다"며 환영했다. 재판장인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단 평결에 대한 양 사 변호인단의 이의제기 등을 거쳐 한 달 이내에 최종판결을 내리게 되며, 배심원 평결을 바꿀 권한이 있다.
평결이 나오자 "제품간 기능 및 디자인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평가도 나왔지만 "기술발전에 장애가 돼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애플 본사에서 10마일 이내에 있으며 배심원들도 대부분 실리콘밸리 출신"이라며 이번 평결이 친(親)애플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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