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잡스가 살아있는 삼성전자를 잡았다.'
검증하긴 힘들지만 애플에 완승을 안겨준 이번 평결은 '잡스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는 미국인들에겐 여전히 살아있는 신화다. 사망한지 1년이 가까워오지만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의 정서는 매우 강하다. 때문에 애플측 변호인들은 배심원들의 정서에 호소하기 위해, 잡스를 떠올리게 하는 심리전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는 평가다.
삼성의 반대에도 불구, 재판부를 설득해 잡스의 사진을 프리젠테이션에서 적극 활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첫 공판이 열린 지난 7월30일(현지시각) 애플은 모두 발언에서 잡스의 사진 5장이 담긴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사용했다. 앞서 2주 전부터 삼성전자 변호인 측은 "애플이 배심원들을 상대로 창업자인 잡스의 사진을 변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잡스의 인기가 배심원들의 평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했던 터였다.
애플이 슬라이드에 사용한 사진은 잡스가 2007년 1월 아이폰을 처음 발표할 때의 사진과 미국 특허청이 주최한 잡스의 특허 관련 전시회 사진, 아이패드 발표 사진 등이다. 애플은 "이날을 기점으로 아이폰(및 아이패드가) 트레이드 드레스를 얻었고 아이폰에 대해 200개 넘는 특허가 있다는 점을 공지하는 모습이 나와 있으므로, 삼성의 (특허 침해)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는 등 소송과의 관련성을 설명해 모두 사용 승인을 받았다. 제품 발표 첫날 사진을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이전에 없던 독창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직접 세상에 발표한 잡스의 후광 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
반면 삼성은 "안드로이드는 우리 특허를 훔친 제품이며 안드로이드를 파괴하기 위해 핵전쟁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잡스의 '과격하고 감정적인'발언을 재판에서 언급하려고 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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