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통사고가 난 차량을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난 뒤 자동차공업사에서 차 안에 숨져있는 동승자가 발견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일찍 발견했다면 생명을 건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부실한 사고처리에 대한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쯤 충북 제천시 고암동의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직원들이 교통사고로 견인된 아반떼 승용차를 수리하려다 뒷좌석에서 쭈그린 채 숨져있는 김모(37ㆍ회사원)씨를 발견했다. 이 차량은 이날 새벽 4시 35분쯤 제천시 화산동 역전오거리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운전자 이모(26)씨가 직장 동료인 김씨와 이모(33)씨를 태우고 조문을 갔다가 귀가하던 길이었다.
제천경찰서는 사고직후 출동해 운전자 이씨가 혈중 알코올농도 0.130%의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으며, 조수석에 탔던 이씨와 화물차 운전사 등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조사했다. 4명의 경찰관은 사고처리를 하는 동안 뒷좌석에 있던 김씨를 발견하지 못했고 차량은 자동차공업사로 견인됐다. 119소방 구급대도 출동했지만 추가 부상자가 없다는 말을 전해 듣고 차량을 수색하지 않았다.
경찰은 “운전자가 뒷좌석 동승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김씨가 검은색 양복을 입은데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소방서측은 “먼저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가 가볍고 음주 조사도 해야 하니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바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유족들이 일찍 발견하지 못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확한 사인과 사망 추정시간 등을 밝히기 위해 27일 부검을 의뢰했다. 또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을 상대로 과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제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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