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지난해 완공된 경기 여주군 여주보에서 또다시 배가 수문 급류에 휩쓸려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가 한창인 2010년 2차례 사고발생 이후 보 주변에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랐지만 이를 무시해 생긴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오후 1시8분쯤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여주보에서 박모(34)씨 등 4명이 탄 0.2톤 급 어선이 여주보 8번 수문에 빨려 들어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박씨 등 2명이 실종됐고, 배 주인 이모(34)ㆍ김모(31ㆍ여)씨 등 2명은 구조됐다. 이들은 여주보에서 1㎞ 떨어진 상류에서 어망으로 고기를 잡던 중 엔진고장으로 시동이 꺼져 여주보까지 떠내려 와 수문 근처 급류에 휩쓸렸다.
보 주변은 급류가 심해 2010년에만 유사한 사고가 2차례나 발생했지만 보 관리ㆍ운영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
2010년 8월 공사 중이던 여주보 현장에서 수석을 채취하던 안모(59)씨의 보트가 수문 근처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 장병 8명이 탄 소형 군용 선박이 이포보 공사장 인근 하류에서 뒤집혀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포보 시공을 맡은 D건설사는 사고 후 보의 상ㆍ하류 200m 지점에 줄로 연결된 부표를 설치해 만일의 경우 배가 수문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했지만 쓰레기가 줄에 걸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곧 철거했다.
보 준공 이후 관리운영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이포보와 여주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경고성 표지판과 강바닥에 연결된 부표 10개를 띄워놓는 데 그쳤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배가 수문으로 떠내려오는 것을 방지하고 미관도 해치지 않는 안전장치 설치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즉각적인 구조활동을 위한 대처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마다 6인승 순시선과 작업선이 한 척씩 있는데 이날은 태풍 ‘볼라벤’의 북상에 대비해 육지로 이동시켜 놓은 상태였고, 보 관리센터 사무실에는 구조에 사용할 기본적인 장비조차 없었다.
한강통합물관리센터의 관계자는 “지난 6월 센터와 소방서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인력과 장비를 소방서가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센터 내에는 별도 장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구조된 이씨는 여주보 수문 난간에 매달린 채 30여분 동안 소방대원을 기다려야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은 안전대책이 미흡해 발생한 인재라며 비판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겸 4대강 복원 범대위 상황실장은 “보 준공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수 차례 지적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며 “재난에도 안내방송이 전부인 어이없는 4개 강변의 안전 시스템이 이번 참사를 불러온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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