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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리결정은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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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리결정은 시장의 몫이다

입력
2012.08.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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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돈의 문제이므로 이권이 개입되기 쉽다. 그러다 보니 힘 가진 자가 금융을 사적 목적 달성에 이용하려는 중에 관치금융이 풍미했고 최근에는 선거철을 맞아 정치금융이 기승을 부렸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권력에서 연유된 것이므로 이들을 통틀어 '권치금융'이라 부를 수 있다.

권치금융 메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요즘 일어나는 일들로 우선 낙하산 인사를 꼽을 수 있다. 정권실세와 친분이 있는 권력형 인사들이 금융기관 임원 내지 사외이사 등으로 진출해 전문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정부소유은행 매각 지연 문제도 따지고 보면 권치금융과 무관치 않다. 예로, 우리금융 매각을 현 정권이 추진하거나 다음 정권이 추진하거나 실질이 달라진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각 추진을 다음 정부로 이관하라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주장은 미래권력을 전제로 한 권치금융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금년 초 국회가 여신전문업법을 개정해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카드사 수수료를 직접 결정토록 한 것도 사인간 거래에 적용되는 가격 결정을 정부에게 이관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법원이 주도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시장가격을 정치적 관점에서 다루는 패러다임은 월가점령, 저축은행 사태 이후의 소비자보호 강화요구 및 CD금리 사건 등 금융환경 악재 속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가산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 이익을 많이 벌었으므로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얼핏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우선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예로, 감독당국이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를 강요할 경우 은행은 낮아진 금리에서 신용도가 낮은 일부 고객의 대출을 거절할 수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거절된 고객은 비은행권을 찾게 되고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게 된다. 풍선효과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또 대부업체로 퍼져가면서 많은 고객들이 보다 높은 금리와 엄격한 회수정책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서민부담 경감이라는 당초의 정책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수익규제가 단기 안목으로 이루어질 경우 경기순응성 문제 발생도 우려된다. 호경기와 불경기로 구분해서 살펴보자. 우선 호경기에 은행수익이 증가해 감독당국이 금리인하를 요구했다고 하자. 이에 따라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 확대된다. 그런데 대출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부실의 씨앗을 뿌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 불경기에 은행수익이 감소할 경우 과연 감독당국이 은행 수지 보전을 위해 금리인상을 허용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이를 허용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사업형편이 어려운 상황에 금리까지 높아져 대출수요 및 투자를 낮추게 되고 따라서 경기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경기순응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불경기에 금리인상을 허용하는 대신 은행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안은 얼핏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감독당국이 은행의 이익 수준을 정해주는 결과가 되어 은행들이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를 위해 땀 흘려 일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출 수요자 측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대칭정보 하에서 금리규제는 개별 차주의 신용도 반영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상대적으로 불량한 차주는 자금을 과다수요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는 과소수요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은행이 정부 보조를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위험추구가 높아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화될 수 있다.

금리나 수수료 결정은 국회나 감독당국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규제감독이 필요하다면 건전성, 유동성 및 수익성 등의 지표를 통해 간접적 방식으로 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은행 진입장벽을 제거해서 금융회사 수를 늘이거나 또는 제2금융권을 활성화시켜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법도 장기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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