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4일 일본의 독도 공세에 대해 무시 전략을 폈다. 청와대는 이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에 대해 "맥이 빠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일각에선 노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준비했을 때는 독도에 해양조사선 파견, 한일 통화 스와프 중단 등 강경한 보복 조치 실행이 선언될 수 있다고 우려해 다소 긴장했었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기존 논리와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우리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 사죄 요구나 반송된 자신의 친서에 대한 조치 등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앞서 노다 총리가 23일 이 대통령에게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었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양국간 냉각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 측은 노다 총리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청와대로서는 별도로 할 얘기가 없다. 외교통상부가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공식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다 총리가 새로운 내용을 얘기한 게 없다"며 "청와대가 굳이 나서서 맞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본 측의 도발이 현재 수준 정도일 경우 이를 무시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선 노다 총리의 강경 발언을 국내 정치 흥행을 위한 제스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다 총리가 내달 민주당 대표선거와 이르면 10월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을 계기로 일본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은 전날 노다 총리의 이 대통령 사죄 요구에 대해 정면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노다 내각이) 너무 이성을 잃은 게 아니냐"등의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만 맞대응은 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도 다분히 국내 정치를 의식한 이벤트로 보인다"며 "우리가 이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그 이벤트에 박수를 쳐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노다 내각과의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애초 이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노다 총리에게 기대를 접은 데다,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대화를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대화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노다 내각과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 아니냐"며 "일본의 정치상황이 변하면 양국 간 정상적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각수 주일 대사는 이날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장관의 초치로 일본 외무성을 방문, 전날의 한국 외교관 출입 봉쇄에 항의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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