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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보고서/ "밀집 사육보다 동물복지 농장이 오히려 더 경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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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보고서/ "밀집 사육보다 동물복지 농장이 오히려 더 경제적"

입력
2012.08.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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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축 농장이 있다. 한 농장은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가축을 들여 놓고, 정해진 시간에 기계적으로 사료를 먹여 예정일에 출하한다. 국내외 대다수 축산농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농장은 가축들이 본성을 발휘하기에 충분한 공간과 넉넉한 음식ㆍ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이른바 '동물복지' 농장이다. 이 곳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공포감 없이 잘 자란다.

두 농장 가운데 경제성이 더 높은 곳은 어딜까. 지금까지는 공장식 밀집사육 농장이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동물복지 농장이 더 경제적이라는 농촌진흥청 보고서가 나왔다. 행복하게 자란 닭, 돼지, 소가 주인의 주머니도 두둑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농진청이 24일 내놓은 '세계 축산의 새 흐름, 동물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명분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탓에 외면됐던 '동물복지 축산'이 경제성 측면에서도 '공장형 축산'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동물복지축산의 경제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탁월한 품질ㆍ낮은 추가 비용

농진청은 동물복지 축산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 수입이 추가 비용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방사해서 기른 닭은 가둬 키운 닭보다 비타민E는 100%, 베타카로틴은 280% 많은 계란을 낳는다. 또 계란(178%), 돼지고기(290%), 닭고기(565%)의 오메가3 함유량도 동물복지축산으로 키웠을 때 훨씬 높다. 서울 시내 대형할인점에서 일반계란은 개당 186원, 동물복지 계란은 338~580원에 팔리는 것도 품질 차이 때문이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전중환 박사는 "밀집 사육된 돼지고기에서는 육질이 하얗게 물러지고 육즙이 새어 나오는 등 문제로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양돈업계는 이런 문제에 따른 수익 감소액을 연간 2억달러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사육 환경 개선으로 폐사율이 30%가량 줄어드는 것도 동물복지 축산의 장점이다. 2010년 겨울 구제역이 발생하는 바람에 2조원에 육박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지만, 동물복지 축산이 이뤄졌다면 피해는 훨씬 줄었을 거라는 얘기다.

농진청은 "유럽에서 동물복지 축산이 적용된 뒤 발생한 추가 비용은 기존 생산ㆍ유통비용의 2%에 불과했다"며 "우리나라도 단위당 생산비가 늘어난 것 이상의 프리미엄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래 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동물 복지는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돼 축산의 패러다임도 바꿀 전망이다. 동물복지가 적용돼도 종국에는 생명을 빼앗는 구조이지만, '배양육(培養肉)'기술이 상용화하면 살생 없는 육류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소의 줄기세포로 배양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곧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의 시범 출시가 예상된다.

전 박사는 "우리나라도 2013년 돼지, 2015년 한우ㆍ육우에 '복지농장 인증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가축방역과 안전 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 축산업도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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