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메로 쳐서 찹쌀떡을 만드는 아낙, 직접 캐온 나물과 약초을 좌판에 놓고 기다리는 노인들, 장터 곳곳을 누비며 벌어지는 풍물놀이패의 신명나는 놀이판 ….
소설가 겸 사진작가 정영신(54)씨의 최근 사진집 <한국의 장터> 에 나오는 삶의 현장들이다. 사진집에는 정씨가 1987년부터 전국의 시골장터를 돌아다니며 찍은 430여장의 흑백 사진들이 들어 있다. 장터의 유래와 지역 특산물 등 발품을 팔지 않으면 얻기 힘든 소중한 정보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한국의>
정씨는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터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문화를 꽃피우는 무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에 흩어진 장터들은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해야할 생활문화 박물관"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시골(전남 함평) 출신인 탓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장터를 드나들었다는 그는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87년 본격적으로 장터를 찾게 됐다. "장에 가면 소설의 소재와 주인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놀라운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 같은 장터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 친해지면서 그곳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찾아갔던 장터에서 사람에 매료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국 각지의 장터를 찾아 다닌 지 벌써 25년. 그동안 가본 장터만 300여곳이고, 장터의 사람과 풍경을 기록한 사진은 줄잡아 4,000여장에 달한다. <한국의 장터> 엔 81곳의 장터가 등장한다. 한국의>
"장터 사진만 사반세기 고집한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한 길을 걸어왔더니 어느새 '장터 사진작가'라는 별명이 붙어있더라고요. 언제부턴지 몰라도 단순히 기록만 할 것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장터에 대한 민속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사진과 더불어 장터에 대한 글을 엮어 정리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정씨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사람이야기와 사연을 듣다보면 시골 장터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장터는 대략 600여 곳. 소설가보다 사진작가가 더 어울려보이는 그는 아직 가보지 못한 장터 300여 곳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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