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베지플레이션(vegeflationㆍ채소가격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다. 전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곡물가격폭등)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폭염에 이은 집중호우로 채소 값이 큰 폭으로 올라 식탁물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도매로 거래된 애호박의 가격은 4,350원(1㎏)으로 한달 전(1,795원)보다 무려 2.5배 가까이 폭등했다. 쥬키니 호박의 경우, 864원에서 2,860원으로 3배 넘게 올랐다.
배추의 대체재인 얼갈이 배추도 1.5㎏당 2,800원에 거래돼, 한달 전 보다 21%가 올랐다. 시금치는 1㎏ 기준 9,750원으로 한달 전 가격의 2배로, 청상추는 7,500원, 적상추는 8,800원으로 약 60%씩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소매가도 크게 상승했다. 이마트는 얼갈이 배추를 전월대비 20.2% 오른 2,380원(800g)에, 애호박은 44% 상향 조정한 4,680원(5개)에 팔고 있다. 주키니 호박도 개당 880원으로 29.4% 올렸다. 롯데마트도 백다다기 오이를 개당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 올려 받았고, 상추 한 봉지(150g) 가격도 1,2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렸다.
이처럼 채소값이 급등하는 건 폭염에 말라 죽고, 뒤이은 폭우로 물에 잠겨 죽은 채소들이 많기 때문. 특히 최근엔 병충해까지 발생하고 있고, 대형 태풍도 예고되어, 작황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 상황을 모니터해보니 값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인 가뭄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콩 옥수수 밀 등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 향후 국내 사료 및 축산물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음식료업체들은 라면 과자 빵 콜라 맥주 등 거의 모든 먹거리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소값까지 급등함에 따라,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더욱 가벼워지게 됐다.
한달 후면 추석을 앞두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생활물가는 더 상승압력을 받는 분위기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수급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 품목별 상황을 점검하는 등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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