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중심가에 위치한 압디샤쿠르 셰이크 하산 내무장관 집에서 10일 오후(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퇴근 후 집에 있던 하산 장관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사망했다.
다음날 모가디슈 경찰은 용의자로 보이는 여성의 시신을 조사한 결과 테러범이 하산 장관의 조카였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관의 조카는 전날 밤 대학 진로를 상의하겠다며 하산 장관의 집에 찾아와 테러를 저질렀다.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자살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셰이크 압디카림 압둘라이 유수프 알샤바브 사령관은 12일 독일 dpa 통신에 "앞으로도 기독교 신자인 하산 장관처럼 이슬람교를 배신한 관리들을 계속 살해하겠다"고 밝혔다.
10대 중반의 어린 조카가 무슨 이유로 삼촌을 대상으로 한 자살폭탄 테러에 가담했을까. 조카는 알샤바브가 운영하던 '자살폭탄 테러리스트 양성 학교'출신이었다.
처음 공개된 자폭 테러리스트 양성 학교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최근 급습한 자살폭탄 테러리스트 양성 학교에 대한 정보가 13일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학교는 모가디슈에서 불과 30㎞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 곳은 오랜 내전으로 알샤바브가 통제해 왔으나 지난해 8월 소말리아 과도정부 군과 1만7,000명 규모의 아프리카연합평화유지군(AMISOM)의 합동공세로 알샤바브가 모가디슈에서 밀려나면서 정부 통제권 안에 들어갔다.
테러리스트 양성 학교는 무기를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는 군사학교의 모습보다는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에 가까웠다. 알샤바브가 과도정부 군에 밀려 이 지역을 떠나며 무기를 수거한 이유도 있겠지만, 평소 교육이 사격술 등 무기사용법 보다는 정신수양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학교 급습에 참여한 닐 도일 AMISOM 소속 테러조사관은 "학교를 급습한 당일에도 한창 정신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알샤바브 조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자살폭탄을 터뜨려 순교하면 무조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20명 가량의 학생들의 연령은 7세부터 1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은 7~10세였다. 이들은 알샤바브에 의해 납치돼 부모조차 자녀들이 이 곳에 있는지 모르거나, 오랜 내전 속에 부모를 잃어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도일은 설명했다. 숙식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전쟁 고아들도 있었다.
도일은 학교 급습 당시 두 다리가 쇠사슬에 묶인 채 방치돼 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정신교육을 하다 잡힌 '선생'이라고 불리는 남성들은 아이들이 수업을 빼먹어 벌로 두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이런 학교들만 불시 단속해 200여명을 체포했다. 도일은 "이 학교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디에 언제부터 운영돼 왔는지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알샤바브가 아이들에게 숙식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노예로 만드는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자폭테러
소말리아 정부군과 AMISOM은 최근 소말리아 제2도시이자 알샤바브의 근거지인 키스마유 공격 계획을 밝히는 등 알샤바브 섬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알샤바브의 계속되는 자폭테러 공격에는 역부족이다.
알샤바브가 3월 소말리아에서도 가장 경비가 삼엄하다는 대통령궁 입구에서 어린이를 이용한 자폭테러를 감행해 5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당시 보안 담당자는 어린이가 자폭테러를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알샤바브는 1일 연방정부 채택을 주 내용으로 하는 소말리아 새 헌법 초안을 승인하는 회의장을 목표로 2건의 자폭테러를 시도하기도 했다. 셰이크 아브디아시스 아부 무사브 알샤바브 대변인은 이날 자폭테러 시도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군과 AMISOM은 계속되는 폭탄공격에 대비하느라 쉴 틈이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알샤바브는 20여년 만에 구성된 의회의 지도부 등을 자폭테러의 목표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991년 독재자 시아드 바레 정권이 붕괴된 후 내전에 시달려온 소말리아는 20일 211명 의원으로 구성된 의회를 구성했다. 8년간 이어온 과도정부(TFG) 체제를 종료하고 새 연방정부 체제로 가기 위한 것이다. 새 의회는 앞으로 의장과 연방정부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대통령 선거에는 셰이크 샤리프 셰이크 아흐메드 현 과도정부 대통령과 샤리프 하산 셰이크 아단 전 하원의장 등이 유력하다. 자폭테러는 이들에 특히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AMISOM의 관리는 "알샤바브가 소말리아 과도정부의 고위층 3명과 대선 후보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12명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아프리카의 알카에다
알샤바브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단체다. 이들은 소말리아를 주 무대로 동아프리카 일대에서 암약한다. 2010년 7월 우간다에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던 주민 70여명이 숨진 연쇄 폭탄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뒤 대부분의 소말리아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로 악명을 높였다. 알샤바브는 현재 소말리아 영토의 중부와 남부 대부분에 해당하는 70%를 점령하면서 유엔이 지원하는 과도정부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알카에다와 연계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에서 전투경험을 갖춘 용병을 충원하며 테러능력을 증강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샤바브의 전투인력이 7,000명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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