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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석유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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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석유 패러독스

입력
2012.08.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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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하고 또 가장 함부로 버리는 비닐봉투. 연간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비닐봉투는 5조개나 된다. 비닐봉투는 석유화학제품인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는데, 결과적으로 이 양의 봉투를 만들기 위해 약 1,200만배럴의 석유가 소비된다.

우리가 매일 주식으로 먹는 쌀을 햇볕(일조량)과 비(강우량), 흙(토양)이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쌀 생산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석유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고 도정을 하는데 쓰이는 모든 기계는 기름과, 그 기름으로 만드는 전기로 돌아간다. 어디 쌀 뿐 일까. 빵 과자 술 커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건 음식이 아니라 석유다"란 말까지 있다.

석유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도 아니고, 공장에서 마구 찍어낼 수 있는 제품도 아니다. 땅 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그 양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분명 끝이 있는 유한재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석유를 놓고 테러가 생기고, 전쟁이 벌어지고, 가격등락에 따라 세계경제가 요동을 치기도 한다.

정부관료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석유고갈론'을 얘기해왔다. "30년 뒤면 석유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얘기를 적어도 30년 전부터 들어왔다. 그때마다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이 강조됐고, "태양광ㆍ조력ㆍ풍력발전 시대가 올 것"이란 예견도 이어졌다.

하지만 30년 뒤면 없어진다는 석유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배럴당 200달러의 살인적 고유가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은 수없이 나왔지만, 한번도 들어맞은 적이 없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시장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96달러로, 몇 달째 100달러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갈될 것 같던 기름이 계속 퍼 올려지고,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닌 가격에서 거래되다 보니 석유는 가장 보편적인 에너지원의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명박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대거 늘렸지만, 현재로선 생색도 나지 않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상용화가 늦어지는 건 석유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석유고갈이 임박했거나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유가가 상승하지 않는 한 태양광과 풍력이 쉽게 석유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는 환경을 파괴하고, 분쟁과 불황을 유발하는 '참 나쁜' 에너지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장 풍부하고 가장 저렴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이것이 석유의 패러독스다.

대체 석유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정말 석유는 마르지 않는 샘인 걸까. 대체 신재생에너지는 언제쯤 빛을 보게 될까.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 마르려면 멀었다? 바닥 가까워졌다?… 석유 매장량 '검은 장막'

2008년은 국제석유시장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 해로 기억된다. 중동 정세불안과 중국ㆍ 인도 등 신흥시장의 에너지 수요 증가로 그 해 7월3일 국제 유가는 140.05달러(두바이유 기준)를 찍었다. 이런 추세라면 유가 200달러 시대가 멀지 않았고, '제 3의 석유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값 비싼 기름은 다시금 석유 고갈 논쟁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곧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그에 따른 금융위기 여파로 유가는 불과 5개월 만에 37.61달러(12월5일)로 급락했다. 이후 유가는 조금씩 오르더니 2012년 현재 '100달러의 유가'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19세기 후반 이후 인류의 삶을 떠받쳐온 석유의 전성시대, 그 파티가 끝나가는 걸까.

석유재고 얼마나 남았나

유기체의 퇴적물인 석유는 무한대로 존재할 수 없다. 계속 퍼 쓴다면 언젠가는 바닥들 드러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채산성이 없다면 유정을 파서 기름을 계속 뽑아낼 리 없다. 때문에 석유 고갈 논란은 석유가 물리적으로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량 감소와 함께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경제성 있는 자원으로서의 지위를 잃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

현재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에서 석유(순수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다. 주요 에너지원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이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수치도 아니다.

석유의 파급력은 다름아닌 연관산업에서 나온다. 화학산업의 기초 원료는 물론, 섬유 플라스틱 등 우리가 먹고 쓰고 입는 대부분은 석유를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호모 오일리쿠스(Homo Oilicus)'라는 지칭이 괜한 말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머지않아 경제적 관점에서 석유시대가 종언을 고할지, 아니면 먼 훗날에도 에너지 최강자의 위치를 공고히 할 지 여부이다.

불행히도 석유 고갈 시점에 대해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5~10년 내에 석유생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이란 주장이 있는 반면, 100년이 지나도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영구설까지 분석은 천차만별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석유관련 자료는 모든 산유국에서 기밀에 속해 확인이 어려울뿐더러 정치적 특성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러시아에서는 석유 정보를 누설할 경우 최대 징역 7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석유 잔존 매장량의 60%를 점유하는 중동 산유국의 석유 통계는 아예 추정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영국의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내놓은 추정치가 많이 인용되는 편이다. BP는 석유의 확인매장량을 약 1조2,400억배럴로 보고, 가채년수(확인매장량을 전년도 생산량으로 나눈 것)가 42년 정도 남았다고 예측했다. 현재 소비 속도를 고려할 때 40년 뒤면 석유의 수명이 끝난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석유 고갈론을 기우로 치부하는 쪽에서는 BP의 전망이 중요한 변수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당대의 기술과 경제적 여건만을 반영한 확인매장량은 탐사기술의 진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1970~80년대 석유파동 당시의 40년 잔존설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기술발전으로 경제성 없는 광구를 새로 개발하고, 기존 유전의 추가 회수율(reseve growth)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1980년 29년에 불과했던 석유 가채년수는 2007년 41.6년을 기록,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다.

피크오일 논쟁 재점화

석유 비관론자들은 '피크오일(Peak Oil)'설을 내세워 석유의 시대는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석유 생산이 절정에 이르는 지점, 다시 말해 석유 소비가 급증하거나 유전 개발이 부진해 증가하던 생산이 한계에 부닥치는 시기를 일컫는다. 석유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가 특정 시점에서 급격히 줄어든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석유 고갈론만큼이나 피크오일의 도래 시기도 논쟁이 첨예한 사안. 이미 2006년 석유 생산이 정점에 도달(독일 에너지워치그룹ㆍEWG)했다고 보는 견해와 2060년은 돼 봐야 피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세계에너지협의회ㆍWEC)는 주장으로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누구나 "값싼 석유의 시대가 끝났다"는 데 동의한다는 사실이다. 환경단체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이유가 어떻든 천정부지로 솟은 유가 탓에 생산피크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석유가 공공재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전에 대체 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리다.

가격 외에 석유 생산의 이상 징후를 알리는 경고음도 도처에서 감지된다. IEA는 지난해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2035년까지 석유수요가 13.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거대 유전의 상당수는 성숙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미 에너지부가 작성한 '허쉬보고서에는 "48개 산유국 중 33개국이 감산으로 돌아섰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총의 성능(개발 茱?만 좋아졌을 뿐, 정작 사냥감(석유)은 적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석유도 초창기에는 엄청난 정책적ㆍ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최고 에너지원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며 "생산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면 석유에 들어갈 돈을 차라리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입해 제2의 석유로 육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 땅 → 바다 → 심해… 시추기술 혁신이 석유시대 연장

석유의 장래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는 시추기술의 혁신에 기댄 바 크다. 석유개발은 1970년대 이후 육상에서 해상으로, 2000년대 들어 다시 심해(深海)로 무대를 옮겼다. 대륙붕에서 시작된 해양 시추작업은 각종 특수 설비의 도입과 함께 비약적인 생산량 증가의 토대를 마련했다. 불가능으로만 여겼던 북해나 북극해 등 오지에서의 석유 채취가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더 깊고 안전하게 석유를 뽑아낼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잠재적인 석유 가채량은 최소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평굴착과 수압파쇄법 등 채굴 기술의 발달은 전혀 새로운 석유의 존재도 세상에 알렸다. 비전통 석유의 발견이 그것이다. 재래식 석유의 대비된 개념인 비전통 석유는 기존 유전 훨씬 아래에 위치한 암석이나 진흙, 모래 등의 틈에 섞여 있다. 오일샌드와 초 중질유, 요즘 각광받는 셰일가스 등이 대표적이다. LG경제연구소는 2010년 펴낸 보고서에서 "비전통 석유의 매장량은 약 8.5조~9조배럴로 증가하는 세계 석유 수요를 소화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단순 셈법으로도 300년을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석유의 미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고갈론을 반박하는 주된 이유도 비전통 석유의 개발 가능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고유가의 지속은 심해 유전개발 붐을 일으키고 시추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결과를 낳았다. 해양 시추나 비전통 석유의 채굴은 기존 육상 유전에서의 작업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이 크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셰일가스의 경우 개발ㆍ생산비용이 배럴당 40~60달러 정도 하는데, 아직은 원유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 덕분에 두둑한 실탄을 보유한 메이저 석유개발 업체들은 비용에 개의치 않고 대체 석유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드릴십(Drill Ship)의 달라진 위상이 말해준다. 드릴십은 심해 유전 시추에 쓰이는 선박 형태의 장비로 파도가 심하거나 수심이 너무 깊어 바다에 고정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문제점을 단박에 해결해 줬다. 단점은 대당 가격이 최고 1조원에 달할 만큼 초고가라는 점.

정유업계 관계자는 "드릴십은 워낙 가격이 비싸 하루 용선료만 5억원이 넘는다"며 "하지만 최근 자본력이 풍부한 엑손모빌과 BP 등 거대 석유회사들을 중심으로 이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 에너지혁명 풍력·태양광… 만만찮은 역풍·먹구름

전북 부안 위도와 전남 영광 안마도 사이에 드넓게 펼쳐진 앞바다. 육상에서 멀리 20㎞ 떨어진 바다 위 한 가운데에 철탑 형태의 대형 구조물이 우뚝 서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 2010년 설치된 기상탑이다. 빌딩으로 치면 30층 높이(80m)에 달하는 이 탑은 해상풍력발전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풍향, 풍속 데이터를 24시간 실시간 수집하고 있다. 여기에서 모아진 바람에 관한 모든 정보는 곧 바로 대전에 있는 전력연구원으로 보내진다.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불어오는지 등을 정확히 분석해야 앞으로 짓게 될 해상풍력단지의 전력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2조원 가량이 들어가는 정부의 계획이 마무리되는 2019년엔 이 바다 위에 장관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1단계로 2014년까지 20기, 2016년까지 80기에 이어 2019년 400기 등 바람개비 형태의 대형 해상풍력 구조물을 모두 500기 세울 방침이다. 한국전력과 6개 발전회사, 민간 업체들이 참여하는데 발전용량만 250만㎾에 달한다. 이는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2기 반을 짓는 규모와 맞먹는다.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석유ㆍ석탄 등 화석연료 부족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해 없는,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지열,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가운데 요즘 가장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분야는 풍력인데, 그 중에서도 해상풍력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해상풍력은 일단 바다라는 광활한 해상 위에 짓다 보니 대규모 단지개발이 육상에 비해 쉽다. 또 산과 언덕 등에 건립할 필요가 없어 산림훼손 우려로 인한 환경파괴도 적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들은 이미 앞다퉈 해상풍력 건설에 팔을 걷어 부친 상태. 전통적으로 해상풍력 강국인 영국 등 유럽국가 외에도 최근 중국, 미국 등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는 2,570억 달러(약 3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장 투자를 많이 한 나라는 중국인데, 전세계 투자액의 약 20%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총투자 규모는 520억 달러(61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 김숙철 신재생실장은 "영국의 경우 2020년까지 자국 전력수요의 30%를 해상풍력으로 대체할 정도로 해상풍력은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큰 시장"이라며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의 조선, 해양플랜트 기술을 해상풍력과 접목시킨다면 빠른 시간 내에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역시 대표적 신재생에너지로 꼽힌다. 지난 2009년 307억 달러이던 시장규모가 10년 뒤인 2019년 98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10위 국가인 우리나라에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직 현실적으로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생산을 위해선 기존 발전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의 미래가 장밋빛인 건만은 아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육상풍력에 비해 건설비용이 최대 2배 이상 많은데다 바다 위에 설치하다 보니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경우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태양광도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진국들과 대규모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데다, 세계경기의 불황도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풍력과 태양광은 천혜의 자연에너지이지만 바람과 햇빛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어 에너지생산의 불안성 및 불균형 또한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생산 원가다.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 원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비싸 다. 한전에 따르면 화석연료의 발전단가를 1㎾당 1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태양광은 197원, 풍력은 189원, 바이오는 184원, 연료전지는 181원, 해양에너지는 179원 등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가 시장성을 갖추려면 이른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ㆍ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가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에 언제쯤 도달하느냐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자원업계에서는 이르면 수년에, 늦어도 5~7년 안에는 대체에너지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봉?추세를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잠재량에 비해 실제 쓸 수 있는 기술 및 가용 잠재량은 낮아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세계는 '셰일가스' 개발 붐… 환경파괴·정치적 의도 등 논란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초 연두교서에서 "우리에겐 100년간 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은 "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까지 극찬했다. 석유나 석탄 등이 지배하는 기존 화석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평가되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 바로 셰일가스 이야기다. 셰일가스는 오랜 세월 모래와 진흙이 단단하게 굳어진 지하 퇴적암층 안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전세계 에너지업계가 셰일가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매장량 때문. 현재 확인된 매장량만 187조㎥로 전세계 인구가 59년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석유 매장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이 최근 기술발전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이렇다 보니 매장량 1, 2위를 다투는 중국과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지난 1998년 하루 2,800만㎥ 미만이었다가 최근 메이저들이 생산에 가세하면서 지난해 1억4,100만㎥로 5배 넘게 늘었다. 셰일가스 최대 매장국(매장량 36.1조㎥)인 중국은 아직까지 채굴기술 등이 미국에 뒤지지만 에너지기업 셸과 손잡고 30년 동안 자국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셰일가스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20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연간 350만톤의 가스를 공급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기대와 관심 만큼이나 논란도 뜨겁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셰일가스 채굴에 따른 환경파괴 우려가 크다. 셰일가스는 채굴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쓰는데 이 약품이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셰일가스 채굴 과정에서 화학첨가물이 수자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큰데다, 메탄가스가 누출돼 대기오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 들어 일기 시작한 셰일가스 개발 붐의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셰일가스를 직접 챙기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선에 관심을 둔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적 또는 환경적인 문제보다는 정책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셰일가스가 매력적인 대체 에너지원인 것은 맞지만 본격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축포부터 터트리며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에너지 회사들이 셰일가스의 투자ㆍ개발에 거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개발과 가공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기대감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국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국가와 셰일가스 개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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