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르세유에 살고 있는 오마르 젤릴리(41). 알제리 출신 이민자 3세인 그는 한 때 무슬림이란 점 때문에 변변한 직장도 얻지 못한 채 사회적 차별만을 곱씹으며 살았다. 지금 그는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일약 제3당으로 떠오른 극우계열의 국민전선(FN)당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이다. 전통적으로 극좌 성향을 보이는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 집안의 무슬림이 극우 정당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3일 독일 시사 주간 슈피겔에 따르면 젤릴리는 지난해 초부터 FN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할아버지가 뿌리를 내린 보르도 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까지 이민자 후손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사회적 반감을 드러내며 조직폭력배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같은 알제리 이민자 출신이면서도 자신과는 달리 꿋꿋하게 생활하는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한 후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낙인이 찍혀 새 출발이 힘들자 마르세유로 터전을 옮긴 후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주차장의 관리요원으로 일했다. 2010년 마르세유 등 프랑스 도시에서 발생한 무슬림 폭동에 참가했다가 우연찮게 지역 언론에 모습이 포착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민생 탐방에 나선 장 마리 르펜 FN 당수를 만난 것이다. 그는 마르세유에 새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을 왜 반대하는지 FN에 따졌다. 하지만 FN은 그 문제에 대한 대답 대신 그를 당 이미지 쇄신의 아이콘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젤릴리는 알제리 이민자 집안 출신이 갖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억눌렸던 피해의식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3월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 지역의 유대인 학교에 총기를 난사한 모하메드 메라와 비교된다.
슈피겔은 그러나 메라의 경우 자신이 사회부조리로 느낀 현실을 폭력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과격주의자였던 반면, 젤릴리는 정치참여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슈피겔은 또 젤릴리가 독실한 무슬림으로서 지닌 보수주의와 애국심이 극우적 입장의 국민전선과 통한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극과 극'이 통하는 정치현실이 프랑스에서 더욱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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