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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케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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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케빈에 대하여'

입력
2012.08.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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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 에바가 서른 일곱 살에 낳은 아들이다. 여행가로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던 에바로서는 원하지 않은 임신이었다. 아이 갖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 그녀에게 케빈은 공포이자 장애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부주의를 자책했고, 임신을 기뻐하는 남편을 원망했다. 그녀에게 모성(母性)은 본능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뱃속의 아이라고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둘 사이의 단절과 적대감은 이미 그때 시작됐고, 아이가 세상에 나온 후에도 계속됐다.

■ 어릴 때부터 케빈은 "엄마"란 단어를 거부했다. 엄마 앞에서만 자폐증세를 가장했고, 엄마의 소중 여기는 것들을 망가뜨리는 온갖 악행으로 그녀를 고통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런 아들을 극도로 혐오하면서도 에바는 엄마 역할을 다하려 애썼다. 그러나 사랑이 아니었다. 실제로 에바는 단 한번도 가슴을 열고 아들을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케빈의 행동 역시, 심지어 아빠에 대한 친밀감의 표현조차도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되고 학습된 것이었다.

■ 원하지 않은 엄마와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서로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은 결국 케빈이 열여섯 살 때 아버지와 여동생, 학교친구들을 무차별 살인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벌이는 것으로 이어진다. 2005년 오렌지상 수상작인 미국의 여성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 <케빈에 대하여> 는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에바가 죽은 남편에게 편지형식으로 쓴 끔찍한 가족사이며 고백서이자, 보고서다. 영국의 여성감독 린 램지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국내에서도 상영 중이다.

■ <케빈에 대하여> 는 한 아이가 왜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살인마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가장 근본적 뿌리인 생명의 시작과 가족 관계에서 찾고 있다. 약물중독이나 유혈 폭력물 탐닉을 들먹이며 사회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원하지 않는 아이'라도 함부로 미워하거나, 소중한 생명을 없애려 해서는(낙태) 안 된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권리도 없고, 자식을 선택할 권리도 없다. 그 '섭리'를 거부할 때 악마는 태어나고 길러진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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