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심장질환엔 올리브유 피로회복엔 비타민, 그 뒤엔 상술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심장질환엔 올리브유 피로회복엔 비타민, 그 뒤엔 상술이…

입력
2012.08.24 11:38
0 0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하비 리벤스테인 지음ㆍ김지향 옮김ㆍ지식트리 발행ㆍ296쪽ㆍ1만4000원

이탈리안 레스토랑 천지다. 지중해식 식단이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파스타와 샐러드, 올리브유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번쯤 의문을 품어볼 만하다. 정말, 몸에 좋을까.

이 책에 따르면 지중해 지방의 음식을 건강과 처음 연결시킨 사람은 미국 미네소타대의 생리학자인 안셀 키즈 교수다. 그가 1959년 출간한 <지중해식 식습관> 과 그 개정판으로 1975년 내놓은 <잘 먹는 법, 지중해 스타일로 잘 사는 법> 에서 지중해 지방에 사는 사람들처럼 먹으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고 소개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이 책들은 1990년대 초 갑자기 위상이 달라졌다. 국제올리브유위원회가 이 책들의 내용을 빌어 당시 오피니언 리더들과 식품 관련 기자들을 초청해 회의를 여는 등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사실 키즈 교수의 책 속엔 올리브유가 심장질환을 예방한다는 직접적인 설명이 없지만, 위원회의 활동 덕에 올리브유 판매가 급증했고, 덩달아 파스타의 인기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올리브유를 누가, 얼만큼씩, 얼마나 오래 먹을 때 심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가는지를 과학적으로 철저히 따져보기 전에 이미 사람들 뇌리엔 '올리브유는 심장에 좋은 음식'이 공식처럼 각인돼버렸다. 결국 특정 집단의 의도대로 음식에 대한 정보가 만들어졌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비단 올리브유뿐 아니다. 불포화지방이 피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든지, 피로 회복에는 비타민이 좋다든지, 가공식품 말고 자연식품을 많이 먹어야 무병장수 한다든지 등 상식에 가까운 먹거리 관련 정보가 어떻게 생산됐는지 저자는 옛 광고문구와 포스터, 언론보도 등을 일일이 들추는 수고를 마다 않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곤 역사학자답게 과거 사건들과 유명인의 행적을 토대로 먹거리 정보 '만들기'에 그들이 어떻게 개입해왔는지를 유추해나간다.

언제는 약이라며 많이 먹으라고 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독이라며 그만 먹으라 하는 등 평가가 오락가락 한 음식이 적지 않다는 점도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좋은 예가 우유다. 1900년 무렵 우유는 장티푸스균을 퍼뜨리는 주범으로 몰렸다. 현미경이 등장하면서 이 균이 물보다 우유에서 더 잘 번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도 '우유는 위험한 식품'이라고 보도했고, 많은 의사나 보건전문가가 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저온살균처리 시설이 의무화하자 정반대로 우유업체들이 미국 농무부, 전국낙농협회와 함께 '우유는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며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이번엔 영양학자들이 우유와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체력이 좋아진다며 힘을 보탰다. 우유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극명하게 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년 정도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전문가단체나 기업 등 이익집단의 주장에 이리저리 끌려 다닌 셈이다.

세계사를 넘나들며 먹거리 소문의 근원을 찾아내는 저자의 분석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이 책은 정작 올리브유나 불포화지방, 비타민, 가공식품과 자연식품, 우유 등을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할까 하는 물음에는 아쉽게도 똑 부러진 답을 주지 않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