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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레이트 빌더' 두오모부터 빌바오 구겐하임까지…건축,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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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레이트 빌더' 두오모부터 빌바오 구겐하임까지…건축, 예술이 되다

입력
2012.08.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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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빌더 / 케네스 파월 엮음·이재영 옮김ㆍ오픈하우스 발행·304쪽·4만원

몇 년 전 TV방송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가 집, 회사, 교통 수단을 포함해 하루 평균 20.3시간을 실내에서 활동한다는 조사 결과를 방영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일생 대부분의 시간을 건축물 안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세계에서 가장 높거나 아름다운 건축에 대한 관심 정도에서 최근에는 건축 전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획일적인 주거공간에 대한 반발심이 한 몫을 했을 거다.

영국의 건축역사가이자 비평가 케네스 파월이 엮은 <그레이트 빌더> 는 시대마다 사회 혹은 도시를 변화시킨 위대한 건축가 40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통해 15세기부터 현대까지의 건축역사를 아우른 책이다. 건축에 관심이 생긴 일반인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책은 크게 '건축의 선구자들' '철의 시대' '콘크리트와 강철' 그리고 '새로운 비전' 등 네 파트로 나뉜다. 현대 건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세기의 건축가들을 소개한다.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 브루넬레스키(1377~1446)가 아니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연인이 10년 만에 재회하던 애틋한 광경은 성사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설계한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두오모)은 100여 년 이상 직경 42m 돔을 천정에 얹지 못한 상태였다. 이를 위해 1418년 공모전이 열렸는데, 단 하나의 골조도 사용하지 않고 400만 장의 벽돌만으로 돔을 설계한 이가 브루넬레스키다. 덕분에 두오모 성당은 5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근대 이전의 건축가는 예술가와 과학자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미학적 가치와 공학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어떤 학문이나 예술과도 거리가 있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의 양식이 격렬하게 맞붙던 19세기는 재료에서 철이 절대적인 강자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산업혁명으로 18세기 중엽부터 철과 유리가 대량 생산되면서 19세기에는 이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건축물 또한 늘어났다.

주철건축의 창안자인 미국의 제임스 보가더스(1800~1874)는 영국에서 고속도로와 운하, 철교 등에 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고 다양한 형태의 주철구조물을 만들었다. 특히 그는 철구조물과 고대 르네상스기 건축물의 장식적 요소를 융합해 건축 비용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층 건축에서도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주철 파사드는 장식적이면서도 견고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30~40년간 도시 상업지구의 주요 건축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연철과 주철, 유리의 대량 사용이 19세기 건축의 지형을 바꿨다면, 이후에 등장한 강철과 콘크리트는 근대 건축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재료는 고층빌딩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아메리칸 스타일'을 주창한 루이스 설리번(1856~1924)은 고층빌딩에도 미학적인 요소를 적용한 건축가다. 그의 대표적인 마천루인 뉴욕 주 버펄로의 개런티 빌딩(1894~96)에는 파사드의 모든 부위에 아름다운 장식이 들어가 있다. 그가 개발한 장식은 미국판 아르누보라 불리며, 10층 이상의 철골 오피스 빌딩의 외관을 꾸미는 최적의 방법을 제시했다.

도심 오피스 건물의 전형을 설리번이 보여줬다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는 지극히 미국적인 주택을 재창조했다는 점에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평생 단순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수백 채의 주거건축을 지었지만 무엇보다 건축이 들어설 입지를 잘 활용했다는 점을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산속 계곡 위에 지어진 낙수장은 사람이 자연 안에서 편안하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 집으로, 그가 지은 최고의 주택 중 하나로 여겨진다.

모더니즘 건축의 전형을 제시하며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스위스 태생의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평생 70채 이상의 건물을 설계했다. 벽 대신 유리를 설치해 건물 내부의 공간을 구조로부터 독립시킨 그는 옥상 정원을 만들고, 가로로 긴 창을 뚫으면서 내부의 공간적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인근 푸아시에 자리한 빌라 사보아가 대표적이다.

건축의 역사는 줄곧 기술과 재료의 혁신이 이뤄낸 역사였다. 20세기 말이면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이 건축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 티타늄으로 외장을 입힌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는 컴퓨터를 이용한 건축의 선구자다. 건축 디자인과 기술의 끊임없는 창조자인 그는 현재에도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 있는 미국의 건축가로 불린다. 이들 외에도 혁신과 도전으로 건축을 통해 한 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도판과 함께 이어진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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