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6월에 분양한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는 총 535실 분양에 3만3,724건 청약이 접수돼 평균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25~29㎡는 3실 분양에 6,131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무려 2,043대 1에 달했다. 서울 강남 푸르지오시티(23.6대1), 경기 판교역SG리슈빌(22.3대1), 충남 세종시 2차 푸르지오시티(66대1)도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아파트 매매가 뚝 끊겼지만 '수익형 부동산' 꼬리표를 단 오피스텔에는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일부 인기지역에는 청약 인파가 몰려 과열 양상마저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제대로 된 수요 예측 없이 오피스텔 공급을 마구 늘리는 바람에 향후 임대수익률과 매매가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3일 발표한 '최근 오피스텔 시장 동향 및 수요분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입주 및 준공 예정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14만가구를 넘는다. 이는 같은 기간 잠재 수요층인 20~30대 1, 2인 가구 6만5,000여 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과잉 공급 탓에 임대수익률 하락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최근의 오피스텔 허가ㆍ착공 물량만 봐도 공급 과잉 현상이 감지된다. 지난해 오피스텔 건축허가 물량은 면적 기준 293만7,000㎡로 전년에 비해 134%나 급증했다. 도시형생활주택 인ㆍ허가 건수도 2010년 2만가구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3배 가까이 증가한 5만6,800가구에 달했다. 이종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요층이 겹치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하면서 시장 전반에 공급 과잉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공급이 많아도 들어가 살 사람만 충분하다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초소형 거주지의 잠재적 수요층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가 거주 특성을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에는 20~30대 젊은 층(68.3%)과 직장인(50.8%)이 주로 거주했고, 대부분 1, 2인 가구(88.4%)였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63.3%나 됐다. 자가(14.7%)보다는 월세 형태(55.6%ㆍ평균 42만원)가 많았는데 전세를 포함하면 임대 비중이 83%에 달한다.
결국 오피스텔의 인기가 지속되려면 20~30대 직장인들의 수요가 꾸준해야 하는데 전망은 밝지 않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 이상(52.5%)은 최저생계비 미만의 빈곤층이고, 20~30대 취업자 비중도 줄고 있다"며 "다세대주택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싼 임대료를 내는 오피스텔에 거주할 수 있는 수요층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당연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03년부터 9년간 오피스텔은 은행 평균 예금금리보다 높은 6~7%대 임대수익률을 유지해 왔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금융회사 자산설계사(PB)들은 최근까지도 은퇴자나 투자자들에게 비싼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 등 초소형 주택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6월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이 처음으로 6%(5.96%)선을 넘지 못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신규 오피스텔 분양가가 기존 매매가 대비 17% 이상 높게 공급되는 반면, 주택의 전ㆍ월세 가격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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