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26~31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이하 비동맹회의)를 고립 탈출의 계기로 삼으려 총력을 다하고 있다.
16회째인 이번 비동맹회의에는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만모한 싱 인도 총리,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40여개국 정상을 비롯해 120개국 회원국 중 118개국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21개 옵서버 국가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이란은 3년 임기인 NAM 의장국 지위를 이집트로부터 넘겨받는다. 26일 개막선언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회의 참가를 말렸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 테헤란 행을 결정하자 이란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제재 정책의 효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반 총장을 만류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마틴 네서키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이 이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기대를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총회 다음으로 큰 정상회의를 치르는 호기를 맞은 이란은 적극적인 반미외교를 펼칠 참이다. 냉전 시절 개발도상국의 반식민ㆍ반패권주의 노선의 구심점이었던 NAM의 역할을 다시 강화하자고 호소하는 한편 국교 단절 33년 만에 이란을 찾는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러시아ㆍ중국 등 강대국과의 외교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회의 이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NAM 대표 자격으로 9월 유엔총회 등 국제무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고위인사들은 NAM의 역할 강화를 위해 상설 사무국을 신설해 테헤란에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의 최대 목표는 자국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란은 평화적 목적으로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란 핵개발을 반대하고 있어 합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23일 반총장과 참가국들에게 "이란의 선동에 빠지지 않으려면 NAM 회의에 참가해선 안 된다"고 불참을 촉구했다.
고강도 경제제재, 강진 피해 등으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은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행사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헤란은 교통체증ㆍ대기오염 완화를 위해 행사가 열리는 닷새간 공휴일에 들어가고 주요 고속도로와 지방 공항은 회의 참석자들의 안전과 원활한 이동을 위해 통제된다. 회의 준비에 쏟는 노력이 올림픽 개최에 버금갈 정도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무기 기술을 추적ㆍ분석하기 위해 특별전담팀을 만들고 있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IAEA가 한 국가만을 전담하는 특별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란 핵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IAEA와 이란은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이란 핵사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