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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아끼다 저축은행 부실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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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아끼다 저축은행 부실 더 키웠다

입력
2012.08.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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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추가 퇴출이 가시화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당국은 올 5월까지 총 20개 부실 저축은행을 퇴출시키며 남은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상태 개선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경영이 더욱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회사가 영업 정지된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오래 전부터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까지 우려됐지만 영업정지 전 단계인 경영개선 명령 대상으로조차 분류하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해야 할 공적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돈을 아끼려다 부실을 더욱 키운 꼴이 됐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 상반기 정기 결산결과가 다음달말 공시될 예정이다. 공시가 되면 5월 6일 저축은행 3차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의 재무개선의 성과가 공개되는데, 결과에 따라 저축은행발(發) 시장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이미 저축은행들의 재무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서울저축은행과 진흥저축은행 등은 지난 3개 분기(2011년 7월 1일~2012년 3월 31일)에 걸쳐 각각 90억원, 520억원의 대량 적자를 기록했다. 전국 93개 저축은행의 수신액도 5월말 기준으로 44조5,000억원을 기록, 전달(45조7,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감소했다.

3차 구조조정 당시 제외됐던 계열 저축은행들의 부실은 특히 심각하다. A저축은행은 3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1.75%에 이른다. BIS가 5% 미만일 경우 경영개선명령 대상이다.

자산규모 1조8,000억원의 B저축은행은 5월 한달간 945억원의 예금이 줄었고, BIS 비율도 1.22%까지 떨어졌다. 자회사 매각을 통해 BIS 비율을 6%대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C 계열 저축은행은 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하고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졌으나 매각이 지연되면서 경영상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대주주가 증자 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할 가능성이 낮은데다, 매각도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커지고 있는데도 금융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은 구조조정 재원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3차 구조조정 당시 계열저축은행의 퇴출을 고려했으나 구조조정 재원 부족도 조치를 취하지 못한 한 이유였다. 또 공적자금 투입이 곧 정부의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제일저축은행 퇴출 시 계열은행인 제일2저축은행까지 퇴출했던 것처럼 3차 구조조정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으나 구조조정 자금 마련방안이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3차례 이뤄진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총 22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저축은행 특별계정은 15조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 마무리를 위해 7조5,000억원이 추가로 요구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추가재원 마련을 위해 특별계정을 2031년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시한이 연장되면 매년 적립되는 예금보험료가 늘어 필요재원이 5조~6조원가량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국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적자금 투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법 개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후 이어질 문책을 피하기 위해 저축은행 정리에 소극적"이라며 "손실이 불어나는 것을 막고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실 저축은행을 적극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특별계정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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