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SK-한화전을 앞둔 인천 문학구장 3루 덕아웃. 한대화 한화 감독은 타자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류현진(25)에게 "현진아, 어쩌냐. 어제 타자들이 5점을 뽑았을 때 선발로 나갔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올 시즌 유독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류현진을 걱정하면서 던진 뼈있는 농담이었다.
한 감독은 "현진이는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냈을 때만 마운드에 올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호투를 펼치고도 승수를 쌓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불운의 사나이' 류현진이 또 고개를 숙였다.
류현진은 이날 SK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했다. 7.2이닝 동안 8안타 5실점(2자책). 삼진을 9개나 잡아낼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찍었다. 평균 구속이 145km에 이를 정도로 볼 끝에 힘이 넘쳤다.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하지만 운이 없었다. 공수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팀이 2-5로 지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시즌 8패(5승)째다. 지난 4일 대전 SK전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고도 3연패다. 류현진은 올해 21경기에 나서 16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5승을 거둔 것이 전부다.
류현진이 마지막 승리를 거둔 것은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7이닝 무실점)이었다.
이대수의 솔로 홈런으로 1-0이던 2회부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1사 2ㆍ3루 위기에서 조인성을 3루 땅볼로 요리했지만 다음타자 박진만의 힘없는 뜬공이 유격수와 좌익수,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면서 2점을 내줬다.
5회에는 야수의 실책이 겹치면서 고개를 떨궜다. 1-2에서 박재상에게 우중간 2루타를 내줬지만 중견수 추승우의 미숙한 중계 플레이를 틈타 박재상은 3루까지 내달렸다. 최정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1-3, 2점차.
2-3이던 8회 1사 1루에선 이호준을 평범한 2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전현태가 악송구를 하면서 1사 2ㆍ3루로 몰렸다. 마음이 상한 류현진은 박정권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고 2-5로 뒤진 상황에서 공을 양훈에게 넘겼다.
그래도 위안거리는 있었다.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와 시카고 컵스, 이대호가 뛰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스카우트가 보는 앞에서 위력투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올해를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7년 차가 된다. 한화 구단의 허락만 있다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SK는 이만수 감독 부임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을 7경기로 늘리고 55일 만에 2위로 올라섰다.
두산은 잠실 넥센전에서 9회말 윤석민이 팀의 5연패 사슬을 끊는 끝내기 홈런으로 3-2로 이겼다. 광주구장에서는 KIA가 연장 10회 김원섭의 끝내기 안타로 LG를 3-2로 꺾고 7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KIA는 넥센을 6위로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한편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롯데전은 우천으로 취소됐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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