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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다 밥 세 끼 먹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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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다 밥 세 끼 먹지, 아무렴

입력
2012.08.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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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누가 처음 바람이라 불렀을까. 이름도 이쁘거니와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존재감의 힘에 대해 여실히 무릎 꿇게 되는 바, 아 가을이다,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고즈넉이 시를 쓰려는 마음이 앞서기보다 쓰나미처럼 어떤 걱정거리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듯하니, 이 한숨을 두고 나이듦의 증거라고도 하나 보다.

그러나 어쩌랴, 당장 사먹어야 할 채소들의 값부터 폭등인 것을, 제육볶음의 돼지고기보다 깐 양파를 더 골라먹게 생긴 것을. 가을철 전세대란을 앞둔 요즘, 출근길마다 흔히 보는 풍경이 일명 사다리차다. 엘리베이터로 일일이 오르내릴 수 없으니 그 무겁고 그 거대한 짐들을 허공에서 한꺼번에 내려버리는 이삿짐센터의 고귀하신 몸.

가끔 유치원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우와, 환호성을 지르며 목이 뒤로 빠져라 그 사다리차를 구경할 때, 그러나 막상 1층에 도착한 짐들의 남루함에 왜 난 그리 울컥하게 되던지. 몇 알 안 달린 포도송이에 굳은 인절미에 봉지 반쯤 남은 쌀에 냄새 나는 김치통까지.

새삼스럽게 삶의 비릿한 냄새를 떠올리지 않아도 코를 확 틀어막게 되는 건 이삿짐을 나르는 아저씨들의 땀냄새가 짐작보다 좀 셌기 때문이다. 이런 이사를 보통 얼마 만에 한 번씩 하시나요? 매일 하죠, 일 없는 게 힘든 거지 일 많으면 휘파람 절로 나죠. 그러니까 코를 왜 살짝 막았냐고, 아빠도 평생 땀에 절은 작업복 입은 노동자였거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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