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노다 총리 친서 반송에 "외교적 결례"라며 반발하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등 각료들이 도를 넘는 발언을 내뱉는 등 강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히 노다 총리의 친서를 주일 한국대사관이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일본으로 보낸 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3일 외무성을 찾은 김기홍 주일 한국대사관 참사관을 문전박대한 것은 그래서 보복 성격이 강하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이미 이날 오전 "외교 관례상 정상간 친서를 반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노다 총리 역시 친서 반송에 대해 "냉정을 잃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22일 오후에는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장관이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2009년 정권을 잡은 뒤 각료가 이런 식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인데 일본 정부의 사전조율을 거쳐 나온 발언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독도의 국제분쟁화를 위한 외교전도 강화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3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 국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키로 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미국에 협조를 구했다고 보도했다. 국제문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을 움직여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해야 할 일본 국회는 오히려 강경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독도를 하루빨리 일본의 실효지배 하에 둘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을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국회 비난결의안을 이번 주중 확정, 중의원과 참의원 본회의에서 채택하기로 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노다 내각은 야당으로부터 중의원 해산과 총리 문책결의안 등의 압박을 받고 있어 국회에만 가면 왜소해진다"며 "유독 국회에서 강경 발언이 잦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독도 영유권을 고집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면서 일본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말 같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원하는 것은 한국의 과민반응"이라며 "독도 문제를 빌미로 한국을 어떻게든 자극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본은 자신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왜 부당한지 먼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들의 의도가 뻔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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