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걸린 원숭이가 지난해 돼지의 췌도를 이식 받은 후 1년 넘게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이종이식 수술이 인체에서도 성공하면 당뇨병 치료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박성회(65) 교수팀은 23일 "돼지 췌도를 이식 받은 당뇨병 원숭이 3마리 중 2마리가 최근까지 혈당이 80~90㎎/㎗의 정상 수치를 유지했다"며 "돼지 췌도 이식 원숭이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사례"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연구팀 고유의 면역조절요법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자체 개발한 항체를 투여한 결과 원숭이가 돼지의 췌도를 원래 자기 조직인 것처럼 착각해 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췌도는 췌장 속 세포 덩어리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여기 문제가 생긴 게 당뇨병이다. 사람과 장기가 비슷한 돼지 췌도 이식이 치료의 대안으로 연구돼왔으나,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이 걸림돌이었다.
현재 췌도이식은 환자 한 명을 치료하려면 뇌사자 2~4명에게 췌도를 받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 교수팀은 원숭이 한 마리에서 채취한 췌도를 당뇨병 원숭이 한 마리에게 넣는 동종이식도 병행했다. 이 원숭이는 8개월째 정상 혈당을 유지하며 살아 있다.
연구팀은 내년 말쯤 실제 환자에게 뇌사자 췌도를 이식하면서 자체 개발한 면역조절요법을 쓰는 동종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구에 참여한 박정규 서울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식 받은 환자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 부작용으로 감염이나 암이 생기는 게 크게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이식실험은 논문으로 검증 받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종이식 후 1년이 지나자 두 원숭이 모두 혈당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나머지 한 마리도 8개월 지나 혈당 상승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다. 또한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엄격한 검증과 함께 일반 의약품보다 엄격한 법적 윤리적 기반이 필요하다. 신종 전염병 등 예측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문의가 쏟아져 진행상황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공개했으며, 관련 논문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이종이식 법제화를 위해 구성한 전문가회의에서 의견 차이가 크다"며 "법이 될지 제도를 만들지 올해 안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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