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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김영란법'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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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김영란법' 서두르자

입력
2012.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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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의 압축성장은 당연히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바로 부패다. 부패는 불법, 비리의 짝이며 그 결과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부패와의 전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올해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 180개국 중 43위였다. 전년보다 네 계단 추락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2008년에 5.6점까지 올라갔지만 그 이후 연속 하락 또는 정체 상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반부패 시스템을 규제로 생각해 폐지한 것이 부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게 한국투명성기구의 판단이다.

많은 부패행위 중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공직자들의 부패다. 관직을 이용하고 동원하는 부패부터 근절해야만 사회 전체가 달라지고 청렴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2일 입법예고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향후 입법과정에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다. 일명 '김영란(국민권익위원장)법'이다.

이 법은 공직자가 사업자나 다른 공직자로부터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ㆍ약속한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 금품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공직자에게 금품을 준 사람도 똑같이 처벌한다. 또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에 따라 위법ㆍ부당하게 직무를 처리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직자는 부정 청탁을 받으면 명확히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하고, 부정 청탁이 거듭되면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법안 내용은 2월의 공개토론회 때 제시된 것보다 많이 완화됐다.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았을 경우 무조건 신고하도록 한 조항은 거절 의사를 먼저 표시하고 부정청탁이 반복될 경우 신고하도록 바뀌었다. 또 이해당사자나 제3자가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할 경우 형사처벌하려던 것을 과태료로 완화했다. 징계ㆍ벌칙 규정의 적용을 법 시행 후 1년 동안 유예한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모든 청탁을 막고 제재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해서 이렇게 (법안을 완화)하게 됐다"는 게 김영란 위원장의 설명이다.

법안은 완화됐지만 김 위원장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법안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은 여전하다. "기존 형사법 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법안의 제정은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정과 미풍양속을 내세워 명절 떡값이라는 뇌물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대가성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 나가는 부패공직자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이 법안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잘사는 친구가, 성공한 기업인 친구가 평소 주는 돈도 포괄적 뇌물이냐"고 물은 데 대해 김 위원장이 "그 잘 사는 친구는, 성공한 기업인은 못살고 관직이 없는 친구에게도 평소 돈을 줍니까?"하고 반문한 것은 정말 멋진 대꾸였다.

김 위원장은 법관으로 일하면서 대가성 없음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 나가는 사례를 무수히 본 사람이다. 대가성 없는 뇌물성 금전 수수의 문제점과 병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런 입법을 시도하게 된 게 아니겠는가.

'김영란법'의 제정과 시행은 우리 민주화의 역사에서 6ㆍ29가 큰 분수령이 된 것처럼 청렴화, 반 부패의 역사에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입법을 해야 한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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