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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부모님 일상서 실수 되풀이… 아차! 치매오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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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부모님 일상서 실수 되풀이… 아차! 치매오셨나?

입력
2012.08.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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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을 넘긴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강모(48)씨는 직장에 다니는 탓에 살림을 거의 어머니에게 맡긴다. 건강한 편이고 성격도 꼼꼼한 어머니 덕에 집 걱정 없이 일에 매진할 수 있어 주위의 부러움도 샀다. 그런데 최근 어머니 행동이 좀 이상해졌다. 늘 써오던 세탁기인데 갑자기 조작을 못 하겠다며 빨래를 계속 미루질 않나, 시장에서 사온 생선을 냉장고에 넣지 않고 며칠 동안 식탁 위에 둬 상하게 하질 않나, 찌개에 된장을 안 넣어 멀겋게 만들질 않나…. 왜 그러시냐 물어도 어머니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워낙 연세가 많으시니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몇 달째 반복되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결국 강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 근처 신경과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치매라는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

치매 하면 보통 가족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길을 잃은 채 집 밖에서 배회하거나, 엉뚱한 말을 늘어놓는 등의 증상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증상은 대부분 치매가 많이 진행돼서야 나타난다. 초기에는 건강한 사람도 일상생활에서 간혹 할 수 있는 실수처럼 보이는 증상부터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들은 그래서 사소한 일상생활을 얼마나 문제 없이 해내고 있는지(일상생활수행능력)를 치매 진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히 한두 번 실수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동을 보호자의 지시나 도움 없이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또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세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갑자기 매일 하던 음식 준비를 못 하겠다 하거나, 자주 만들던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하면 가족들도 금방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밥상을 차리기는 하는데, 전과 달리 간이 맞질 않거나 맛이 떨어지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바로 이런 경우도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모르는 전화번호를 전화번호부나 114 안내로 알려 하지 않고 아는 번호로만 전화를 건다든지, 집안일 중 특정한 몇 가지만 골라 하는 것도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전화를 혼자 받을 순 있지만 걸진 못하거나, 집안일을 해 놓아도 깔끔하지 못해 다른 사람이 다시 손봐야 한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인지장애는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연령대보다 언어 사용 같은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는 이와 다르다. 인지능력이나 기억력처럼 고도의 뇌 기능을 사용하진 않더라도 사소하지만 순간적으로 적절한 판단력이 필요한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생각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인지장애에 가깝다. 버스에 타긴 탔는데 카드를 리더기에 대고, 의자를 찾아 앉고, 내릴 때 벨을 누르는 등의 행동을 못하면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를 보이는 것이다.

파스처럼 붙이는 치매 약

현재 나와 있는 치매 치료제는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뇌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부분 먹는 약이다. 일상생활이 원활하지 못한 환자들이 제 시간에 약을 챙겨먹기는 쉽지 않아 주변에서 챙겨줘야 한다. 이 점이 치매 치료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는 최근 붙이는 치매 치료제(엑셀론 패치)를 내놓았다. "피부에 한번 붙여 놓으면 약 성분이 24시간 동안 고르게 나와 효과가 지속되며, 다른 약에 비해 일상생활수행능력을 유지해주는 효과도 높다고 임상시험 결과 밝혀졌다"고 한국노바티스 측은 설명했다. 위장장애가 있어 먹는 약 복용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문소영 교수는 "특히 카드나 전화 등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도구를 잘 쓰지 못하는 증상은 치매의 초기 단계부터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가족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상생활수행능력 점검표

문항별 답변의 점수가 높을수록 문항 속 도구를 사용하는 일상생활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전화 사용: 필요한 전화번호를 찾거나 전화를 혼자 걸고 받는가.

0점)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부를 찾거나 114 안내를 통해 전화를 건다.

1점)아주 잘 아는 전화번호 몇 개만 골라 건다.

2점)혼자 전화를 받을 수는 있지만 걸지는 못한다.

3점)전혀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한다.

▦음식 준비: 스스로 재료를 준비해 요리하거나 밥상을 차리는가.

0점)다른 사람 도움 없이 직접 요리하고 밥상을 차린다.

1점)음식을 만들어 상을 차리긴 하나, 간이 맞지 않거나 맛이 떨어진다.

2점)누군가 음식을 만들어 놓으면 찾아 먹거나 데워 먹기는 한다.

3점)음식 준비를 스스로 하지 못한다.

▦집안일 하기: 청소나 빨래, 수리 같은 집안일을 예전처럼 잘 하는가.

0점)별다른 어려움 없이 혼자 한다.

1점)설거지, 침구정리 등 가벼운 몇 가지 일만 깔끔하게 하는 편이다.

2점)가벼운 일을 하지만 깔끔하지 못해 다른 사람이 다시 손봐야 한다.

3점)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돈 관리: 용돈이나 공과금, 통장관리 등을 혼자 하는가.

0점)도움 없이도 돈을 관리하며, 돈의 쓰임새를 알고 있다.

1점)찬거리를 사는 등 사소한 수입지출은 가능하나, 공과금 은행 납부 같은 중요한 돈 관리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2점)간단한 자기 용돈 관리만 한다.

3점)금전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

▦가전제품 이용: TV나 세탁기, 청소기, 다리미 등을 사용하는가.

0점)버튼을 조작해 작동시킬 수 있다.

1점)작동시키기 위해선 도움이 약간 필요하다.

2점)전원을 끄고 켜는 것만 가능하다.

3점)사용하려면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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