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뷔페전문점에서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온 여대생 지모(21)씨는 한 달 전 성추행을 당했다. 홀 관리를 담당하는 40대 중후반의 부장 A씨가 지씨 뒤에다가와 "착용한 조끼의 등에 붙은 연결부분이 떨어졌으니 붙여주겠다"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지씨는 당황해 A씨를 밀쳤지만 "딸 같아서 그렇다"며 오히려 지씨를 껴안았다. 이후에도 A씨는 틈 만나면 지씨의 손을 만지는 등 크고 작은 신체접촉을 해왔다. 지씨는 불쾌했으나 불이익을 당할까 봐 "왜 이러시냐"는 말 외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고민 끝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털어 놓으니 다른 동료들도'옷을 여며주겠다'며 신체 접촉을 하거나 음식을 여성 신체에 빗대는 등 다양한 형태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일을 그만 뒀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구인구직전문업체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1,4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10명 중 4명(38.5%)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부당대우 1순위는 바로 임금이었다. 이들이 경험한 부당대우의 형태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포함 1,203명)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이 45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임금을 늦게 지급'한 경우 315건, '임금 미지급' 97건으로 전체의 72.3%를 차지했다.
올 4~5월 중ㆍ고생 대상 종합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대학생 전모(21)씨도 약속한 임금을 받지 못해 속앓이를 했다. 전씨는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3차례 학원에서 강의하고 월 70만원을 받기로 학원 원장과 약속했다. 그러나 5월 중간고사 기간 동안 매주 토ㆍ일요일에도 출근해 수강생들에게 4~8시간 가량 보충수업을 했는데도, 원장은 오히려 50만원을 지급했다. 전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원장은 "70만원을 30일로 나눠 일한 날 수만큼 계산한 것"이라며 '궤변'을 늘어놨다. 전씨는 "아버지가 나의 사정을 듣고 학원을 직접 찾아 원장에게 이를 따졌더니 약속대로 70만원을 줬다"며 "강사가 12명이나 되는 체인업체인데도 이런 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아르바이트생들은 다양한 방식의 성추행 때문에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보면 "툭하면 불러 '말 잘 들으면 월급 올려주겠다'며 뒤에서 끌어안고 가슴을 만진다"(26세 계약직 여성),"원장이 '선생님이랑 키스를 해야 소화가 될 것 같다'는 식의 언어적 희롱을 한다"(어린이집 근무 계약직 여성) 등 성추행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온갖 불이익을 당하고도 실제로 이를 신고한 경우는 겨우 5.9%밖에 되지 않았다. 알바천국의 이승윤 차장은 "아르바이트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이를 악용하는 업주가 많다"며 "아르바이트생은 나이도 어리고 사회경험도 적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윤성우(국민대 경영정보4)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