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사건 나흘 전) 밤 10시쯤 서씨 집에 찾아갔을 때 만나 얘기만 나눴어도 이런 참담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서울보호관찰소 김상술(41) 관찰관은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20일 전자발찌(위치추적전자장치)를 찬 채 다섯 살, 네 살짜리 자녀를 둔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를 담당했던 김 관찰관은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서씨의 유일한 말 벗이었다.
한 달 전까지 서씨를 담당하다 자리를 옮긴 김 관찰관이 서씨와 통화한 건 사건 발생 3일전인 17일 새벽. 전날 저녁 서씨가 잘 지내나 싶어 중랑구 면목동 서씨의 원룸에 찾아가 봤지만 서씨는 문을 열지 않았다. 위치추적에서 서씨가 집에 있는 걸로 나와 있었다. 서씨는 다음날 새벽 김 관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랬어요"라고 침울한 목소리로 안부를 전했다. 올 2월 전기회사에 취직해 생활하고 있었지만 서씨가 심적으로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는 방증이다.
서씨가 원룸을 얻어 독립해 생활할 당시 김 관찰관이 "너 돈 주고라도 하니?"라며 욕구 해소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을 때 서씨는 "전자발찌를 차고는 아무도 못 만나겠다. 미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지난달 서씨가 "인터넷 접속이 빠른 컴퓨터가 필요하다"며 용산전자상가로 중고 컴퓨터를 보러 다닐 때 김 관찰관은 최소한의 욕구해소 통로로 서씨가 성인 동영상을 생각하는 걸로 짐작했다. 김 관찰관은 "서씨에게는 동료도 술 친구도 아무도 없었다. 퇴근 후에는 늘 8평 남짓의 월세 방에서 컴퓨터를 하며 홀로 시간을 보냈다"며 "서씨가 그간 성욕을 억제하려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씨는 3시간여의 음란물 시청과 소주 한 병이 결합된 20일 아침 야수 본능을 억제하지 못했다.
김 관찰관의 눈에 서씨는 외톨이 그 자체였다. 여든이 넘은 아버지와 아홉 형제가 있지만 20년 전 서씨가 단기사병으로 복무할 때 저지른 성폭력 사건 이후 가족은 서씨 곁을 떠났다.
김 관찰관은 "서울보호관찰소가 담당하는 전자발찌 착용자 중 성범죄자들은 약 60명인데, 관리인원은 3명 뿐"이라며 "전자발찌를 찼지만 서씨처럼 이동제약이 없는 보호대상자들을 일일이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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