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의사와 한의사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개원의들은 "초음파기기 사용 자격이 없는 한의사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잇달아 고발하고 있고, 한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한 과학적 한방의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진단용 초음파기기 사용 때문에 민원이나 고발 당한 한의원은 올 2월부터 총 17곳에 이른다. 그 중 6건은 검찰 무혐의 처분, 3건은 경찰 내사 종결되면서 대부분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의사들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의사들은 의대교육을 받고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이용하는 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의원이 초음파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거나 악용했다는 사례도 제시한다. 인천에 사는 40대 여성이 찾은 한의사가 초음파기기에서 도플러 모드를 켜고 자궁을 진찰하더니 붉게 나타난다며 어혈(혈액이 한 자리에 정체돼 노폐물이 쌓이는 한의학의 병증)이 있으니 수백만 원어치 한약을 먹으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조정훈(신경과 전문의) 간사는 "혈관 모양이나 혈액 흐름을 볼 때 쓰는 도플러 모드를 켜면 당연히 영상이 붉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장동민 한의협 홍보이사는 "진맥 같은 한의학 진단과 초음파 분석 결과를 종합해 골수가 약해진 걸 확인하면 한의학적으로 뼈와 연결돼 있는 신장의 기능을 보충해주는 한약을 처방할 수 있다"며 "한의대에서도 초음파를 비롯한 현대의료기기의 총론을 배우고, 한의사 국가고시에도 관련 문제가 나온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음파기기를 사용하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한의원은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올 2월 그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의협은"한의원의 초음파 사용이 불법임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했고, 한의협은"개정되기 이전의 한의약육성법을 적용해 당시 법 취지로 해석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2009년 당시 한의약육성법은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만 한방의료행위로 정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한방을)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ㆍ개발한 의료행위'가 추가되면서 한의사들의 입지를 넓혔다. 이를 근거로 한의사들은 초음파 사용이 '과학적 응용 행위'라고 주장했으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한의원은 없다.
제3자인 과학자들은 "조작 미숙, 기기 노후화 등으로 초음파도 인체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한의사들이 작동방법과 해부학 지식, 판독능력을 교육받고 검증되면 허용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남아있다.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당혹스럽지만 지켜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당국자는 "전기침이나 체온계, 혈압계 등 사용도 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논란도 정리됐다"며 초음파도 비슷할 거란 예상을 내비쳤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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