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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리안 더치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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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리안 더치페이

입력
2012.08.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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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모임에서 비용을 각자 나누어 부담하는 더치페이(Dutch pay)가 많아졌다. 우리 말로는 '각자내기' 정도다. 참석자들에게 일정액을 받아 모아 놓은 뒤 술값이나 밥값을 낸다. 1차, 2차, 3차 등으로 차수변경을 할 때마다 부족하면 조금씩 더 걷어서 충당하는 방식이다. 주머니가 두둑하거나 법인카드를 가진 친구들이 1명씩 1차, 2차를 각각 통째로 도맡아 계산하던 방식에서 각자 조금씩 갹출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말 분파이(分配)와 유사한 더치페이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통하는 것이고, 고잉더치(Going Dutch), 더치트리트(Dutch treat)가 옳은 표현이다. 더치(Dutch)는 네덜란드(Netherlands)다.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할 당시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을 비하했던 말로, 독일(Deutsch)을 열등하게 지칭한 것에서 유래했다. 더치페이 방식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흔하다고 한다.

■ 그 지역 사람에게 직접 들었던 더치페이는 좀더 정교했다. 7~8명이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포도주와 함께 시켜먹고 난 뒤의 계산은 그리 쉽지 않다. 각자 먹은 음식, 포도주의 양과 가격을 마음속으로 계산한다. 포도주를 병째 시켰을 때는 난이도가 좀 높다. 그래서 카운터에 줄을 서서 계산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고 했다. 게르만식 합리주의가 반영된 관습인 듯하다. 담배 한 개피를 빌리더라도 반드시 며칠 안에 돌려줘야 한다.

■ 우리도 골프장에서만큼은 더치페이가 확실하게 지켜진다. 주로 친구들과 한 팀을 이룰 때가 그렇다. 그늘집에서 먹고 마신 것과 캐디봉사료, 카트비용, 그린사용료 등이 한꺼번에 계산되므로 조금 더 먹거나 덜 먹어도 상관없다. 동반자들이 동시에 신용카드를 내밀면 골프장 계산원이 10원 단위까지 정확히 4등분해서 결제한 뒤 각자에게 돌려준다. 4명이 동시에 카드를 계산원에게 죽 내미는 독특한 풍경은 코리안페이(Korean pay)라고 해야 할까 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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