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순위가 박근혜 안철수 룸살롱 콘돔 등으로 도배된 건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대선과정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음해목적으로 얼마든지 확대 재생산될 수 있어,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시작은 단순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룸살롱에서 술 마신 적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네티즌들이 '안철수 룸살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끌 만한 뉴스여서 단박에 검색순위 1위로 올라섰고,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한 시간도 안돼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난데없이 '박근혜 룸살롱'이 검색 순위 1위로 올라선 것. 뒤를 이어 '이명박 룸살롱'까지 인기 검색어로 부상, 룸살롱 관련 내용이 검색순위 상단(10개중 8개)을 완전히 점령했다.
이유는 '음모론' 때문이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룸살롱'만 검색하면 성인인증절차를 요구하는데 '안철수 룸살롱'은 이런 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검색이 가능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네이버가 안 원장을 흠집내기 위해 인증잣대를 달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특히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시사IN기자가 트위터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해 논란에 불을 댕겼다.
네티즌들은 검색창에 다른 이름을 넣어보기 시작했다. 박근혜 룸살롱, 이명박 룸살롱 등이 인기 검색어로 등장한 이유였다.
일이 커지자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룸살롱은 미성년자 검색금지 단어이기 때문에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게 맞지만, '안철수 룸살롱'처럼 언론에 보도되거나 검색이 일정량 이상 들어오면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성인인증을 해제한다는 설명이었다. '박근혜 룸살롱' '이명박 룸살롱'도 검색량이 증가함에 따라, 성인인증요구 대상에서 자동 해제됐다는 것이다.
저녁 무렵 뜬금없이 '박근혜 콘돔'이 검색 1위에 올랐다. 네이버가 해명과정에서 "'박근혜 콘돔'이란 키워드도 과거 한 콘돔 제조업체가 박근혜 후보의 출산촉진정책 테마주로 보도된 적이 있어 성인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소개하자, 네티즌들이 '박근혜 콘돔'을 대거 검색한 결과였다. 일부 네티즌들의 조직적 움직임도 포착됐다. 한 관계자는 "내용을 모른 채 일반인들이 '박근혜 콘돔'이란 단어만 보면 과연 무슨 상상을 하겠는가"라며 "정치인 이름과 자극적 단어를 결합시켜 집중 검색을 하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인신공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대선 하루 직전이나 당일 조직적으로 음해성 키워드를 올리기 시작하면 끔찍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정치세력이지만, 그 빌미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검색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성인 키워드라도 검색량만 폭주하면 성인인증이 자동 해제되기 때문에, 악용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음 네이트 등 다른 포털사이트는 성인 관련 용어가 나올 경우 필터링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실제로 이날 다음의 실시간 검색순위에는 '박근혜' '안철수'만 올라 있었지 룸살롱이나 콘돔 같은 단어는 없었다.
김상헌 네이버대표는 이와 관련, "향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운영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검증을 받겠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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