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사진) 동부그룹 회장이 공격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인수합병(M&A)과 신규진출을 통해 꾸준히 사업영역을 넓히더니, 이번엔 대우일렉트로니스(이하 대우일렉)마저 품게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극심한 내수침체의 장기화 조짐 속에 다른 기업들이 몸을 잔뜩 움츠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동부는 오히려 사업구조와 체질을 확 바꿔가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우일렉의 주채권단인 우리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일렉 지분매각을 위한 본 입찰에서 동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했다. 동부는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CXC PE를 재무적 투자자로 영입해 입찰에 참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총 3곳의 응찰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3,700억원을 써내, 사실상 인수는 확정된 셈이다.
동부측은 "아직 공식통보를 받지 않아 입장표명을 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는 등 본 계약에 대비해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동부가 대우일렉 인수에 승부수를 띄운 건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때문. 동부는 그 동안 금융계열사(동부화재 동부증권 등)를 제외한 제조업 분야에선 주로 반도체 철강 등 부품ㆍ소재형 B2B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경기등락에 따른 수요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내부 평가였고, 김 회장도 완제품 소비재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일렉을 통해 백색가전에 뛰어들면 시스템반도체(동부하이스텍), 강판(동부제철), 조명(동부라이텍), 모듈 패키징(동부LED) 등 전자사업 전 분야에서 다양한 시너지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경우 종합 가전회사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동부가 진행한 굵직한 M&A만 동부로봇, 동부라이텍, 동부팜세레스 등 10건이 넘는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신사업 및 해외시장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강원 삼척시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규모의 종합에너지단지에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것이 대표적 케이스. 총 14조원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로, 현재 동양 STX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동부그룹의 뿌리가 강원도여서 김 회장도 이 사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는 이 같은 신사업 및 M&A 추진을 위한 재원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동부고속으로 유명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매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그룹과 김 회장은 원래 상당히 보수적이고 신중한 경영스타일을 보여왔는데 최근 들어선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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