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들은 한껏 멋을 내고, 대학생활을 즐길 때 정미(23)씨는 땡볕에 나가 전단지를 돌린다. 식당에서 음식도 나른다. 눈을 질끈 감고 잊어보자 다짐을 해도 보호시설에 맡겨둔 지현(3)과 현지(8개월)가 눈에 밟힌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엄마가 있어요…"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자책하는 정미씨. 23일 밤 11시 40분 KBS1에서 방영하는 '동행'은 스물 셋 엄마의 눈물과 함께 했다.
정미씨의 고향은 전남 담양이다. 고등학교 2학년 되던 해,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 정미씨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학교를 자퇴했다. 무작정 올라온 서울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술과 게임에 빠져 살았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살았던 3년의 시간과 계속 되는 생활고. 결국 정미씨는 두 아이를 두고 3개월 전 집을 나왔다.
집 떠난 지 한 달 만에 남편과 연락이 닿았다. 남편은 지현이와 현지를 보호시설에 맡겨뒀다고 했다. 정미씨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수원의 한 휴대전화 액정 공장에서 야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적금 통장도 만들어 독하게 돈을 모았다. 공장에서 주는 두 끼의 식사와 비교적 값싼 월 10만원짜리 기숙사가 그리도 고마웠다.
월급날이면 정미씨는 아이들을 보러 갔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부쩍 자라 있었다. 예쁘게 자란 두 딸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한 어린 엄마. 그는 기숙사로 돌아올 때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두 아이와 함께 살 수 있을 거란 기대에 그는 다시금 힘을 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일거리가 없어 공장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 하루 아침에 일자리도, 임시 거처도 잃은 정미씨. 게다가 올 10월이면 아이들의 보호 기간도 끝나 지현이와 현지는 연령에 맞는 각기 다른 시설로 떠나야 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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