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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묻지 마? 묻게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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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묻지 마? 묻게 하지 마!

입력
2012.08.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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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프다는 마취 주사를 엄지손가락에 맞아도 악 소리 한 번 안 지른 내가 사시나무 떨 듯 후들거리는 다리로 주저앉아 대성통곡한 적이 있으니 일종의 묻지 마 폭행 같은 일을 당한 뒤였다. 뒤에서 누가 따라온다고 생각해 봐, 그것만큼 두려운 일이 어디 있냐.

모두가 1등이 좋아 1등을 선호할 때 2등의 여유와 2등의 희망에 더 안심했던 나, 그래서 공부로는 영 소질이 없는 거라고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셨다지만 나는 1등에게 무한정 축하의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속없는 내가 참 마음에 들곤 했더랬다. 그렇게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고 들키지 않으려 했던 내 뒤통수를 어느 날 누군가 빡 소리와 함께 가격했을 때, 그것도 연타석으로 날아왔을 때, 뒤를 돌아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고 몇 겹의 구멍 난 점퍼를 껴입은 한 아저씨가 거기 서 계셨다.

내게 1,000원을 달랬던가, 2,000원을 달랬던가, 아무튼 돈 좀 달라는 구걸까지는 괜찮았는데 어찌나 손이 맵던지, 그보다 더럽던지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든 뒤에야 긴장이 풀린 나는 그 와중에도 지갑을 여는 여유까지는 부렸고 내 손끝에 그 아저씨의 손이 닿자 그제서야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저 사람을 죽여 살려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하고 어여 집에 가요. 한 아주머니가 날 일으키시며 해 주신 말씀에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터는데 새삼 분노라는 말을 다시 배운 듯했다. 묻지 마 폭행, 왜 묻지 못하게 하냐니까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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